찬바람 부는 때를 알아 이파리는 한바탕 요란스레 내린 빗물 머금고 아래로 아래로 떨어졌다. 겹겹이 쌓여 거기 차가운 돌바닥 위로 주단처럼 납작 누웠다. 마스크 쓴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팔 쭉쭉 내밀어 찰칵, 한순간도 멈출 줄을 모르는 시간을 잡아챈다. 스마트폰 속 일 년여 사진첩엔 어느덧 변화무쌍한 사계절이 다 담겼는데, 변함없이 마스크 차림이다. 내일 치우면 안 되느냐고 그 앞 밀대 든 사람에 물었지만, 답을 바란 건 아니었다. 점점 줄어드는 레드카펫 위에서 총총 뒷걸음질해 가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배우처럼 걸었다. 매일같이 이 모양이라고 낙엽 더미 밀던 그 앞 국책은행의 시설관리 노동자가 억양 없이 말했다. 동료와 속도 맞추려 말도 없이 밀대를 밀고 또 밀었다. 가만 선 나무들은 허리춤에 잠복소 두르고 겨울 채비를 했다. 된바람 부는 두어 날이면 남은 잎 다 떨굴 것을 누구나가 안다. 낙엽 쓸어 담는 일도 곧 끝날 것을 나이 든 노동자가 잘 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끝날 줄을 모르고 돌고 도는 감염병 위기에 후드득 힘없이 떨어져 길에 뒹구는 사람들이 제 살길을 몰라 답답한 일이다. 김 서린 안경을 닦고 또 닦는다. 지붕 없는 농성장도 비닐 덮어쓰고 겨울 채비를 했다. 무거운 한숨이 그 바닥에 낙엽처럼 쌓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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