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특별시교육청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누구나 노동을 하는 민주시민이라는 관점을 교육에 도입하고, 학생이 사회로 진출했을 때 실질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학교 현장의 노동인권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국가교육과정 개정을 검토하고, 교육 현장을 마을공동체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아트리움 바비엥2에서 학교 노동인권교육 포럼을 열었다. ‘삶을 위한 학교 노동인권교육,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교육과정과 학교 노동인권교육 △학교 현장에서의 노동인권교육 실천사례 △지역과 학교 노동인권교육의 만남 △학교 노동인권교육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논의했다.

노동 제대로 다루지 않은
2015 개정 교육과정 재구성 필요


진숙경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인권교육 활성화를 위해 국가교육과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노동인권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진로교육과 민주시민교육, 인권교육, 경제·금융교육에서 노동인권을 포함하고 있지만 파편화해 종합적인 이해가 어렵다. 진 연구위원은 “노동용어의 부재로 인한 학습의 공백이 있다”며 “대다수 시민은 노동하는 사람이라는 관점을 토대로 학교급 특성에 맞는 노동인권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범교과 학습주제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누구나 노동하는 민주시민이라는 관점 도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진 연구위원은 “사회 다변화로 기존의 노동자 범주로는 플랫폼 노동과 영세 자영업자·청년 창업가 등을 포괄하기 어렵다”며 “학생이 시민과 노동자를 분리하지 않고 노동과 시민을 관계지으며 노동을 포함한 사회 문제에 대한 판단과 선택을 돕는 관점을 제공하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시민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국가교육과정의 총론에 4차 산업혁명과 인간에게 노동이 갖는 의미 등을 포함하고, 역량 중심의 노동인권교육 방향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의 하위개념으로 노동을 언급한 것을 개선해 노동을 별도의 교육주제로 삼아 성취기준을 재정립하고, 별도의 교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선 교사 역량에 의존하는 노동인권교육

국가교육과정이 노동인권교육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일선 교육은 교사 의지에 좌우되고 있다. 일부 교사는 부족한 교육자료를 스스로 보완하며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했다. 선보라 장평중학교 교사는 “국가교육과정에서 노동인권교육 비중이 작아 현장 교사가 스스로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어렵다”며 “중학교 학생에게 노동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주제인 경우가 많은데, 특성화고에 진학할 일부 중3 학생을 생각한다면 중학교 노동인권교육은 중요한 주제”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신 교사는 없는 시간을 쪼개 함께하는 노동인권 수업을 중학교 자유학기제에 맞춰 실시하고 있다. 노동자와 근로자의 차이, 최저임금, 택배노동자, 산업재해와 노동환경 같은 국가교육과정이 포괄하지 못한 다양한 현장의 문제와 노동 개념을 학생과 함께 이해하는 게 목표인 수업이다.

국가교육과정 가운데 유일하게 개별교과로 노동인권교육을 포함하는 직업계고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직업계고는 현장실습을 하는 특성을 반영해 성공적인 직업생활 교과를 도입했다. 그런데 성공적인 직업생활 교과가 노동인권뿐 아니라 진로 등 다양한 개념을 포괄하고 있는 교과다. 노동인권교육을 위해서는 별도의 동아리나 교사의 학습공동체 활동이 절실하다. 박상남 인천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파견교사는 “성공적인 직업생활, 진로교과와 연계하고 교사직무 연수를 통해 교육과정에 스며들 수 있는 노동인권교육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학교의 제한된 학습자원, 마을공동체에서 확보해야”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방안으로 마을연계교육도 제시됐다.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 학교 소재지의 학습 자원을 활용한 교육활동이다. 주예진 미양고등학교 서울시교육청 파견교사는 “학생이 발 디딘 현실은 학교급·지역·학교목적·개인상황별로 다양화하는데 학교의 노동인권교육은 내용과 방법이 한정적”이라며 “학교와 마을의 결합으로 학생은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노동을 관찰하고 노동인권 문제 사례를 접하면서 노동가치와 노동인권 중요성을 깨달을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미래의 학교 노동인권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날 토론회의 유일한 학생 참가자인 김태훈 특성화고권리연합회 학생은 “학생이 배우고 싶은 내용을 지속해서 이해하기 쉽게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의 대처와 현장실습생의 인권·권리·노동법·근로수당 등을 궁금해 했다”고 전했다. 특히 “사회에 나가 실제로 차별받고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았을 때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실효성을 강조했다.

한편 유튜브로 생중계한 이날 토론회에 흥미로운 질문도 쏟아졌다. 한 참가자는 유튜브채널을 통해 “아이를 사업가로 키울 계획인데 왜 노동교육을 받아야 하느냐”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현이 대전느리울초등학교 교사는 “이미 기업가 정신교육 등 경제활동과 창업을 위한 교육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다만 사업을 포함해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노동을 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교육을 더욱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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