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대한항공 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에 직장내 괴롭힘과 성폭력, 부당한 인사조치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지부장 송민섭)는 18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노조와 피해자 A씨에 따르면 2017년께 직속 상사 B씨가 A씨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두려워 즉시 신고하지 못했다가 이후에도 B씨와 일부 동료들에게 성희롱, 인사 불이익 등 직장내 괴롭힘이 반복되자 지난해 12월 회사에 진정을 넣었다. A씨는 회사가 가해자들을 조사하고 징계할 것을 원했지만 같은달 B씨를 사직처리하는 것에 그쳤다. 다른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자 A씨는 조현태 회장에게 의견서를 보냈고, 회사는 올해 3월 또다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아무런 징계 없이 사건은 종결됐다.

A씨는 올해 9월 노동부에 직장내 괴롭힘, 성추행, 사업자 의무 조치 위반 사실을 조사하고 처벌해 달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을 대리한 최문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도원)는 “대한항공은 조사를 시작한 지 3개월 뒤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들과 참고인들이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인사이동은 특별한 이상이 없는 통상적인 인사명령이었다’고 짧게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입장문을 내고 “회사는 직장내 성범죄를 가해자의 일탈로,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로, 개인의 도덕적 문제로 덮기 급급했다”며 “저는 성폭력 피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는데 피해자가 알려질 수 있다, 소문이 날 수 있다며 성폭력 피해자의 약점을 이용해 관련 조사를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A씨는 “대한항공이 성범죄를 신고할 때 상급자나 동료가 피해자를 지지해 주는 조직문화가 형성돼 있었다면 저는 그토록 오랜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 인권운동네트워크가 조사해 발표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 직장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대한항공 승무원 299명 중 38%가 성희롱 및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직장내 괴롭힘 대처 방법을 질문하자 75%는 “참고 넘어간다”고 답했다.

노조는 “노동부는 피해자의 요구와 외침에 철저한 조사로 응답하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이와 관련해 “입장이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피해자는 회사와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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