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0. 16. 선고 2019가합518907 판결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1. 사건의 개요

현대자동차 판매대리점의 카마스터(판매사원)는 현대차로부터 판매대리권을 부여받은 대리점 소장과 자동차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해 자동차 판매·수금·채권관리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데, 현대차 본사가 직접 채용한 지점 소속 카마스터와 달리 판매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수수료 외에는 기본급 및 퇴직금, 4대 보험 가입 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 노동자다. 전국의 판매대리점 소속 카마스터들은 금속노조(판매연대지회)에 가입해 노조활동을 했는데, 조합원들에 대한 노조 탈퇴종용 및 불이익취급, 교섭요구에 대한 거부뿐만 아니라 대상판결의 배경이 된 이 사건 대리점을 비롯해 노조 가입률이 높거나 노조 간부가 소속돼있는 대리점을 중심으로 카마스터와의 자동차 판매용역계약 해지(이하 ‘이 사건 계약해지’라 한다), 대리점 폐업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이에 금속노조와 이 사건 대리점 카마스터들은 대리점 소장을 상대로 계약해지, 단체교섭 거부, 탈퇴종용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대상판결 외에도 기아차 대리점 소장을 상대로 동일한 쟁점의 소송이 진행돼 먼저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 17. 선고 2019가합525387 판결)이 선고된 바 있다.

대상판결에 앞서 전북지방노동위원회부터 중앙노동위원회·서울행정법원·서울고법까지 대리점 카마스터들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면서 대리점 소장이 카마스터들에게 한 노조탈퇴 종용·계약해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대리점 소장의 상고를 기각하며 계약해지를 취소하고 원직에 복직시키라는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을 확정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대리점 소장은 위와 같은 판정·판결은 물론이고 동일한 내용의 공소사실로 노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전주지방법원 2019. 12. 12. 선고 2018고단1279 판결) 계속해 카마스터들에 대한 복직명령을 거부했다. 그 결과 2016년 각 계약해지 이후 4년이 지난 현재까지 부당노동행위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 대상판결 요지

이 사건 자동차 판매대리점 카마스터의 노조법상 근로자성과 계약해지·단체교섭 거부·탈퇴종용 등의 부당노동행위 해당 여부는 선행 판결 등에서 동일하게 확인된 내용이었기 때문에, 대상판결에서는 손해배상책임의 내용 및 범위가 주된 쟁점이었다.

가. 피고는 강행규정인 노조법 81조1호에 위반해 대리점 카마스터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노조활동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계약해지를 했고, 그 결과 카마스터들은 대리점에서 업무를 계속 수행하면서 판매수당 등 상당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했다. 이와 같은 피고의 행위는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것으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판매용역계약상 해지사유가 없음에도 계약해지를 한 것으로 이 사건 카마스터들에 대한 채무불이행에도 해당한다.

또한 헌법 33조 1항은 근로자 개인의 단결권만이 아니라 단체 자체의 단결권도 보장하는데(헌법재판소 1999. 11. 25. 선고 95헌마154 결정 등 참조), 피고의 이 사건 계약해지는 이 사건 카마스터들의 단결권뿐만 아니라, 원고 금속노조의 헌법상 기본권인 단결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아가 피고가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행위 역시 단체교섭권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로서 원고들 모두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나. 이 사건 카마스터들이 이 사건 계약해지로 인해 입은 재산상 손해는 각 계약해지가 없었더라면 향유하거나 취득할 수 있었던 판매수당 등 상당액이다. 계약해지가 없었더라면 카마스터들은 대리점에서 계속해 판매업무를 수행하면서 판매수당 등의 수입을 올렸을 것이므로 피고가 배상해야 할 일실수입의 범위는 이 사건 계약해지를 한 날부터 대리점에 각 복직하는 날까지의 기간에 대한 수입 상당액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 카마스터들의 경우 고정급이 없이 전액 판매실적에 따른 수수료만을 지급받으므로 매월 소득에 격차가 존재해 1년을 기준으로 월 평균소득을 계산함이 합리적이고, 위 각 일실수입 상당액에서 일부 필요경비와 이 사건 계약해지 이후 얻은 다른 수입을 공제해 재산상 손해액을 인정했다.

다. 원고들은 피고의 위법행위로 인해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침해받는 무형의 손해를 입었고, 특히 카마스터들이 입은 무형의 손해는 이 사건 계약해지로 인한 재산적 손해와는 별도로 발생한 것이므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침해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은 이 사건 계약해지로 인한 재산상 손해의 배상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회복될 수 없는 것이고, 피고 역시 이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인바, 피고는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검토 및 의의

근로자성에 대한 다툼이 없는 통상적인 근로계약 관계에서 부당해고로 인한 부당노동행위의 경우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이 재산상 손해로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카마스터와 같이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비정규 노동자의 경우에는 불이익취급 부당노동행위의 재산상 손해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았다. 기존의 일부 판결에서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입증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에도 관련한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해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재산상 불이익을 산정한 경우가 있는데, 부당노동행위인 출장금지처분일로 소급해 1년간의 총 출장횟수에 기초해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월평균 소득을 계산하거나(서울고등법원 2014. 9. 24. 선고 2013나20917 판결) 통계자료상 동종업계 종사자의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월평균 소득을 산정한 사례(대구고등법원 2015. 5. 21. 선고 2009나564 판결)가 있다.

그런데 불이익취급 이후 재취업에 소요되는 수개월 동안의 월평균 소득만을 재산상 손해로 인정한 위 기존 판결들과 달리, 대상판결은 이 사건 계약해지가 있기 전 1년간 이 사건 카마스터들의 월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계약해지를 한 날부터 피고 대리점에 복직하는 날까지의 전체 기간에 대한 수입 상당액을 일실수입의 범위로 판단했다.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계약해지는 사실상 해고와 동일한 효력을 지니는 처분인데, 이로 인한 손해를 해고기간 임금 상당액의 수준으로 인정한 것이다. 피고는 일실수입 손해의 배상기간이 최대 6개월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상판결은 피고가 노동위원회 판정에 따라 이 사건 계약해지를 취소하고 복직시킬 의무가 있다는 점, 이 사건 계약해지는 사법상 효력이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이 사건 카마스터들의 재취업 여부 등은 판매사원 개인의 능력 등에 따른 우연한 사정에 불과하므로 일실수입 손해의 배상기간을 제한할 합리적인 근거가 될 수 없고 오히려 이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배상기간을 제한할 경우 노조법상 근로자가 입은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손해를 충분히 배상하지 못할 위험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피고 주장을 배척했다.

피고의 주장에 따르면 사실상 부당해고와 다르지 않은 내용의 부당노동행위를 실행했음에도 단순히 부당해고를 한 사용자에 비해 손해배상책임이 줄어드는 결과가 된다. 복직시까지 수입 상당액이 아니라 아니라 복직을 언제 시키든, 즉 불법행위를 언제 중단하든 고정된 몇 개월치 금원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재산상 손해의 산정 기간을 수개월로 한정한 기존 하급심 판결이 자칫 강행규정 위반 범죄의 비용을 값싸게 만들 우려가 존재했는데, 대상판결은 이를 적절히 시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한편 대상판결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원고 금속노조에 대해서는 700만원, 이 사건 카마스터에 대해서는 각 500만원을 인정했다. 피고의 노골적인 노조 혐오 표출, 법원 등 판단에 대한 지속적인 무시 등 이 사건의 내용과 경위, 유사 사례 판결 등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낮은 금액이다. 특히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 3권의 평등한 실현이 방해될 때 느끼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박탈감·좌절감·무력감 등에 대한 법원의 인지와 이해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운 우려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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