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부상이나 질병, 장해와 사망 위험이 개인의 영역이 아니라 산업 내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당연히 사회적 위험에 해당하고, 사회가 보호해야 합니다. 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보상에 필요한 재원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일 뿐이죠.”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

“임금노동자 이직률은 4.4%, 특수고용직의 이직률은 평균 38.1%예요. 현행 고용보험 제도는 이직률 4.4%에 근거한 지속가능한 최적의 모델입니다. 그런데 이직률이 38%인 특수고용직이 들어오면 고용보험료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분명 역차별과 공정성 이슈가 나와요. 그래서 취약한 특수고용직의 사회안전망은 사회보장 제도나 공제회 형태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이지만 연세대 교수)

17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특수고용직 보호입법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는 지난 9월 정부가 제출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전문가의 찬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청회가 열리는 시각 국회 정문 밖에서는 민주노총이 노동계 참여를 배제한 채 공청회를 연 환노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특수고용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요구했다.

특수고용직에게 사회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는 명제에는 여야와 정부, 전문가 모두 이견이 없었다. 다만 방법에서는 차이가 선명했다. 결국 사회보장 확대를 위한 돈을 기업이 낼 것인가, 국가가 낼 것인가의 문제로 모인다.

사회보험이냐, 사회보장이냐

이날 진술인으로 참석한 이지만 교수는 “특수고용직의 높은 이직률과 고용보험기금 적자가 고용보험의 지속불가능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고용보험 당연가입을 원칙으로 하되 적용제외 신청권을 부여하는 방안과 사회보장 제도나 공제회 제도 같은 다른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대에 역행하는 주장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사회안전망이 절실한 지금 고용보험이 더 필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수고용직에게 새로운 사회보장 제도를 적용할 경우 간접노무비를 줄이려는 경영진들이 늘어날 수 있다”며 “취약한 노동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과정에서 사업자의 작은 비용 절감을 위해 국가가 더 큰 부담을 지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권오성 교수는 “고용보험은 100년 전 공제회 형태에서 국가가 직영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라며 “새로운 사회보장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사회보험 시스템에 통합하는 것이 마찰이 적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결단을 할 때이지 겁먹을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임금노동자에 대한 역차별?
국민의힘 “별도계정, 적용제외 필요”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적용과 관련해 현재 국민의힘쪽이 제출한 법안은 없다. 이날 국민의힘은 기존 고용보험에 가입된 임금노동자와의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면서 특수고용직에게 고용보험 당연가입 원칙을 적용하더라도 별도 계정을 운영하거나 적용제외 신청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임금노동자 역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특수고용직과 고용보험 계정 분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웅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드러난 특수고용직 적용제외 신청을 폐지까지는 어렵더라도, 제한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이지만 교수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보험은 위험에 대비해 안정적일 때 납입하는 것”이라며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적용시점을 코로나19 종식 이후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용보험은 사회연대 책임이 적용돼야 한다”며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서 빠져 있는 사립대 교원, 군인 등 특수직역 연금가입자도 고용보험에 당연가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특수고용 노동자 고용보험·산재보험 적용 논의는 이달 말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확대와 관련해서는 4건의 법안이 환노위에 계류 중이다. 정부안과 한정애 의원안은 고용보험 가입 대상 특수고용직을 산재보험과 같은 14개 직종(약 104만명)으로 한정하고 있다. 반면 이수진 의원안은 특수고용직 전체(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221만명)를 가입 대상으로 한다. 강은미 의원안은 “노무·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업 및 자영업”까지 가입 대상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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