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도입 목적을 감안할 때 노동이사로 하여금 근로자로서의 신분을 중지하고 상임이사의 업무만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함.”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노동이사제 도입법안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에서 반대의견을 냈다.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20대 국회에서도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무자격자가 이사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한 전례가 있다. 색안경을 끼고 노동이사제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재위는 16일 오후 경제재정소위원회 3차 회의를 열고 박 의원과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국회 전문위원 “상임 노동이사가 노동자 대표 못해”

기재부 전문위원실은 두 의원이 각각 발의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냈다. 특히 박주민 의원안에는 상임이사 도입 필요성이 부족하고 다른 법과 충돌할 뿐 아니라 해외 사례도 없다고 혹평했다. 검토보고서는 “노동이사제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경영 현안이 발생했을 때 근로자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데 노동이사가 상임이사로서 현업에 종사하지 않을 때 노동이사 의견이 ‘근로자 입장’을 대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이사 역할을 상임이사 견제로 좁게 해석한 지점도 있다. 전문위원실은 “노동이사는 다른 상임이사 업무 감시·견제를 수행하는데 이를 상임으로 운영할 정도로 직무개발이 이뤄질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 밖에도 노동이사의 자격과 임기, 선출방식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상임이사로 노동이사를 뽑으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일부 공기업은 주주의 회사 임원선출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박주민 의원실쪽은 법안 심사 때 참조하겠다면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상 상임이사 방식은 안 된다는 말을 돌려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주주의 권리 충돌 등 다른 관계법령과의 문제는 반영해 논의를 하겠으나 전반적으로 황당한 지적”이라고 말했다.

과거 보고서엔 “임추위·운영위가 알아서 잘 뽑을 것”

국회가 노동이사제 도입에 반감을 드러낸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17·19·20대 국회에서 7건의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상임위 소위를 넘지 못했다. 이들 법안은 모두 노동이사를 비상임이사로 도입하려 했지만,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반대했다.

당시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에 대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언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발의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보면 “비상임이사는 후보자의 능력·자질과 기관 자체 업무특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현행법은 임원추천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절차를 거쳐 비상임이사를 선임하도록 규정했는데, 개정안은 이를 배제한 채 노조 추천만으로 비상임이사에 임명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에서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상임·비상임을 떠나 일단 노동이사가 싫다는 것”이라며 “법률 충돌 등 각종 문제를 검토할 필요성은 있으나 지속해서 반대의견을 밝혀 온 국회 검토보고서에 큰 비중을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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