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개표가 진행 중이지만, 미국 언론은 조 바이든이 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전염병, 경제적 후퇴, 고질적인 소득 불평등, 인종주의 체제를 미국 사회가 당면한 도전들로 꼽은 미국노총(AFL-CIO)은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로 이뤄진 미국의 노동운동을 위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트럼카 위원장은 조합원 중 58%가 조 바이든과 카말라 해리스를 지지했다는 선거 후 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백악관을 향한 바이든의 여정은 미국의 노동운동을 통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 결과를 결정지은 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니아·애리조나·조지아에서 노조가 움직인 표를 거론하면서 트럼카 위원장은 조합원의 95%가 단체교섭권·공정 임금·사업장 안전 같은 노동자 권리 보호를 차기 정부가 처리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미국노총은 “산하 56개 노조와 1천200만 조합원 모두가 ‘친노동, 친노동자 행정부’를 통해 경제와 정치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뒷전으로 밀려났던 노동자 문제가 첫 의제가 될 수 있도록 대통령과 부통령 당선자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2021년 초 미국 의회가 바이러스에 맞선 응급 지원과 서비스를 지역사회에 제공하는 ‘보건 및 경제회복 비상 대책법(HEROES Act)’과 노동자의 단결권과 교섭권을 강화한 ‘조직할 권리 보호법(PRO Act)’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의 법은 지난 5월 하원을 찬성 208표, 반대 199표로 통과했다. 뒤의 법은 2월 하원을 찬성 224표, 반대 194로 통과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다수를 장악한 상원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미국노총 산하 노조들도 바이든의 당선을 환영하고 나섰다. 자동차노조(UAW) 위원장 로리 갬블은 “대통령 당선자 조 바이든은 정치 경력 초기인 델라웨어 상원 때부터 자동차노조와 노동의 친구였고, 우리 조합원들은 그와 함께 일하기를 소망한다”면서 “하느님 아래서 이 전염병을 끝내기 위해 단결하고 분열하지 않는 하나의 국민으로 함께 일해 우리 조합원과 가족과 지역 사회를 위해 더 밝은 미래를 가져오자”고 강조했다. 철강노조(USW) 위원장 톰 콘웨이는 “우리는 워싱턴의 지도자들이 미국의 일하는 사람들을 지지한다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새로운 시대를 향해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나아가길 희망한다"면서 "양질의 의료제도를 확보하고 경제를 다시 세워 수백 만명을 일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좋은 일자리, 양질의 의료제도, 퇴직 이후의 안정된 삶”을 강조한 콘웨이 위원장은 향후 10년 동안 사회기반시설에 1조3천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민주당 공약을 상기시키면서 이를 통해 “미국산 제품을 사용해 무너져 가는 기반시설을 재건함으로써 경제회복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의 57만5천가구를 비롯해 전국에서 300만가구를 방문해 바이든·해리스를 위한 선거전을 펼쳤다고 주장하는 민간서비스노조(UNITE HERE) 위원장 D. 테일러는 “이번 선거의 최대 교훈은 노동자들이 민주주의를 살렸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대일 대화와 가구 방문을 통한 조직화를 통해서 막판 접전지였던 펜실베니아·네바다·애리조나에서 중요한 성과를 이뤄 냈다”면서 “여러 노동조합들과 진보단체들이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력한 결과”라고 평했다.

2005년 미국노총(AFL-CIO)에서 갈라져 나온 거대 노조들이 만든 제2 노총인 ‘승리를 위한 변화(Change to Win)’도 바이든의 당선을 환영했다. 조합원 200만명으로 제2 노총 산하 최대 노조인 서비스종업원국제노조(SEIU) 위원장 마리 케이 헨리는 “일하는 사람들이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면서 “최저임금 15달러를 위해 싸우고 있는 우리는 회복력 있고 포용적인 미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특히 전염병 치료와 예방 일선에서 헌신하고 있는 필수노동자들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승리를 일궈 냈다면서 필수노동자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필수노동자를 존중하고 보호하며, 이들에게 합당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노총인 AFL-CIO는 물론 제2 노총까지 미국 노동운동은 지난 8월 바이든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때부터 바이든을 지지하는 선거운동을 펼쳐 왔다. 바이든은 1935년 전국노동관계법 제정 이후 가장 큰 변화를 담았다고 평가받는 ‘조직할 권리 보호법(PRO Act)’을 강력하게 지지한 반면, 트럼프는 “이 법안이 일자리를 죽이고, 노동자의 사생활을 침해하며, 결사의 자유를 억제하고, 행정부의 성공적인 탈규제 정책을 뒤집는다”며 반대했다. 반면, 바이든은 “노동에 대한 기업의 권력남용을 견제하고, 기업 경영진이 노동법 위반에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질 수 있도록 하며, 노조 조직화와 단체교섭을 지원하고, 노동자들이 존중받고,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임금과 혜택과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물론 미국의 모든 노조들이 바이든을 지지한 것은 아니다. 건설노조를 비롯한 일부 노조는 트럼프를 지지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일자리를 뺏아 간다”는 게 건설노조가 트럼프를 지지한 주된 이유였다.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트럼프가 승리한 ‘러스트 벨트(Rust Belt)’인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니아에서 이번엔 민주당의 바이든이 승리했다. 거의 반반으로 쪼개진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을 고려하면, 바이든을 위한 노동운동의 지지 선언과 선거운동이 투표 결과를 결정지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선과 함께 치러진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다수당 지위를 확고히 했다. 100석 중 53석을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는 상원 선거에서도 오늘까지 48 대 48로 양당이 팽팽하다. 만약 민주당이 상원 과반수를 차지한다면, 바이든의 노동개혁은 보다 탄력 있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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