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일러스 승 싱가포르 인력부 산업안전보건국장.

멈출 줄 모르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일상을 바꾼 코로나19는 사회 곳곳에서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노동안전보건 분야도 그렇다.

역대 최강 전파력을 가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사투가 일터 곳곳에서 벌어진다.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노동안전보건 관련 지침은 지속적으로 정비되고 있지만 시시각각 새로운 위협이 나타나고 있다. 유례없는 전환의 시기,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매일노동뉴스>는 안전보건공단의 도움을 받아 세계적으로 유력한 노동안전보건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응과 새롭게 등장한 노동안전보건 이슈에 대해 물었다. 독일 DGUV(재해보험조합)와 싱가포르 인력부 산업안전보건국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노동안전보건 이슈와 전망도 살펴봤다. 글로벌 인터뷰 섭외와 번역은 안전보건공단 국제협력센터가 맡았다. 인터뷰는 9~10월 사이 진행됐다.

싱가포르는 올해 1월 이주노동자 숙소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후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기숙사에서는 감염이 빠르게 퍼졌다. 이달 4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5만8천여명. 지금도 90% 이상이 기숙사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에게서 발생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들 기숙사를 격리하고 빠르게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다.

사일러스 승 싱가포르 인력부 산업안전보건국장은 “공중보건과 노동안전보건 간의 경계가 희미해졌다”며 “사업장에서도 인사관리자와 노동안전보건 관리자의 긴밀한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승 국장은 “사업장별로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자를 세우도록 한 것이 큰 효과를 거뒀다"며 “방역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 수준이 올랐다”고 평가했다. 노사정 3자 협의체에서 코로나19 안전관리조치(SMM)를 논의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싱가포르 노동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감염자수(11월4일 오전 9시 기준 5만8천명)는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주노동자다. 이주노동자 사이에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도록 막는 일이 우리에게는 최우선 과제였다. 다행히 대부분 감염자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 감염자였고, 완쾌했다.”

-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나.
“바이러스가 일터와 지역사회로 퍼지지 않도록 기숙사를 격리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노동자는 격리를 해제하고 기술적인 방식으로 이들을 식별·구분해 일하러 갈 수 있도록 했다.

또 모든 기숙사 거주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고, 현장에 무료 의료시설을 설치했다. 양성 판정을 받으면 기숙사 밖 회복 시설로 옮겨 건강한 사람들이 감염될 가능성을 차단했다. 증상이 심각하거나 위중하면 1차 의료기관으로 이송해 치료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서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보살펴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여러 나라 말로 작성된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각자 취향에 맞는 식품과 고향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무료 와이파이 심(SIM) 카드도 제공했다.

격리 기간에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고용주와 협의하고, 노동자들이 가족들에게 돈을 보낼 수 있도록 현장 송금서비스도 했다. 불안하거나 괴로움을 느낀 노동자들에겐 비정부단체와 협력해 전화 상담을 지원했다.”

-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사용자·정부는 각각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코로나19 펜데믹은 개인의 건강이 일터에 어떤 혼란을 야기하는지, 거꾸로 일터의 건강과 안전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기존에 산업 중심의 안전과 건강 모형으로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대유행의 영향에 대처할 수 없었다.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려면 공중보건과 노동정책 간 보다 심층적이고 전략적인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3자 협력체가 참여한 가운데 안전관리조치(SMM)를 마련했다. SMM은 지금 같은 국면에서 각 사업장이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반적인 자문을 제공한다. 신체 접촉을 최대한 줄여 감염 확산 위험성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고, 어떤 위험요소든 시스템 관리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노동자는 재택근무를 하도록 지원했고, 마스크 착용을 포함해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도록 관리했다. 사업장 출입시 발열 체크와 호흡기 증상 여부 확인을 기본으로 하고 업무 현장 방역도 대폭 강화했다. 각 업체가 안전관리 책임자를 지명해 일터에서 SMM을 지켰다.

SMM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더 큰 규모의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위험성을 토대로 노사정과 보건기관, 기타 정부기관 공무원들이 협의하는 방식이다.”

▲ 자료사진 싱가포르 인력부 산업안전보건국


- 코로나19 이후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고 보는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공중보건과 산업보건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동시에 정책입안자들에게는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

우선 유연한 근로방식과 안전보건 요소의 상승효과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원격근무나 유연근무제가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방안으로 장려됐다. 일부 진보적인 회사에서 ‘있으면 좋은’ 정책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런 방식은 더 이상 ‘있으면 좋은’ 정책이 아니다. 이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정책이다.

유연근무제는 현재 국면에서 사업 지속성을 위한 계획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유연한 근무 방식 중 일부를 주류 정책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 노동안전보건의 목표와 방향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전망하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정신건강이다. 코로나19 펜데믹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확실성과 불안을 안겨 줬다. 최일선에서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스트레스와 피로에 시달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 동료들과 거리를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이런 환경은 노동자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쉽게 해결할 수는 없지만, 무시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동안전보건 관리자와 인사관리자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노동자 개개인의 건강은 업무 성과에 큰 영향을 준다. 그런데 일터에서 일상적인 병가는 인사관리자가 아니라 노동안전보건 관리자가 처리한다. SMM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들 사이에 유기적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기술을 통한 안전보건 관리도 현실화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노동자 건강을 원활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여러 기술 플랫폼이 개발됐다. 모두 유용성이 검증된 기술로, 노동안전보건 관리 개선이 기대된다.”

- 코로나19 이후 산업재해 발생 현황은 어떤가. 코로나19 감염 예방 외 사업장 감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각 업체가 보유한 자원은 유한하고, 코로나19 예방 조치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일터에서 산업안전보건 감독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제활동이 줄면서 건설업이나 조선업 같은 고위험산업 상당수가 수 개월간 운영을 중단한 영향이 크다.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에서 거래 일시 중지 조치를 취했다.)

고위험산업에 속한 업체는 정부기관이 안전관리 조치를 검토한 후 적절하다고 판단된 이후에만 재가동하도록 했다. 업체별로 안전관리 책임자를 지명했는데 현장 관리감독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해당 책임자는 SMM에 중점을 두지만, 이런 담당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험성이 높은 업무 활동이 신중하게 이뤄졌다.

전체적으로 올해 싱가포르 산재는 감소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사업장들이 코로나19로 지체된 업무나 프로젝트를 서둘러 완료하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연된 기간을 채우려고 위험한 방법이나 지름길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업무가 재개되더라도 노동안전보건에 결코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기업들이 인식하도록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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