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산업연대와 혁신더하기연구소가 주관한 에너지 전환과 전력산업 구조개편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전력공사와 발전 5개사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재 기자>

에너지 전환정책 수행을 위해 ‘새로운 하나의 한전’(New One KEPCO)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전력공사와 5개 발전 자회사를 수직재통합하라는 것이다. 정부쪽은 아직 이견이 많다며 점진적인 논의를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에너지 전환과 전력산업 구조개편 토론회에서 나왔다. 토론회는 김주영·김정호·송갑석·신정훈·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전력산업정책연대와 혁신더하기연구소가 주관했다.

화석연료 부문 노동자 일자리 상실
“신속·효율적 에너지 전환, 공기업이 주도해야”


이날 첫 발제를 한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에너지 전환은 공기업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에너지 전환은 필요한 정책이지만 필연적으로 화석발전소 종사자 등 일자리 상실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가 커질 것”이라며 “재생에너지를 확산하고 갈등을 조정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확대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기업이 주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한국이 전력산업 전환기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1999년 전력산업을 개편하면서 한국전력공사에서 발전 5개사와 한국수력원자력·전력거래소가 분할돼 나오면서 발전사 간 과당경쟁과 투자중복 등 비효율이 발생했다. 또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부문은 분할했지만 전기를 공급하는 배전부문은 분할을 중단한 기형적인 구조다. 이후 기후위기에 따른 탈석탄·탈원전 필요성이 등장했으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을 준비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정의로운 전환은 괜찮은 일자리를 위해 노동문제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국내에선 재생에너지에 10억원을 투자하면 16.2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기고, 화석연료 부문 13.6개 일자리가 사라져 일자리는 순증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일자리를 잃는 화석연료 노동자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내놓은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이 전력산업 고용이 미치는 영향조차 제대로 된 분석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새로운 하나의 한전
“노동 참여 거버넌스 구축해야”


현재 한전과 발전 5사로 나뉜 전력산업 구조로는 지역 재생에너지 확산이 어렵고 재생에너지 생산의 비효율성도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전 5사 체계로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생산단지를 조성하기 어렵고 중복투자와 과당경쟁이 예상될 뿐 아니라, 국내 지형상 전기를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시간과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시기가 일치하지 않아 전기요금 상승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생산·공급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생산설비 구축과 발전 5사 간 과당경쟁을 완화하고 효율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한전과 발전 5사를 재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전과 발전 5사를 통합할 때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현효 대구대 교수(경제학)는 “새로운 하나의 한전을 구축할 때 노동이사제를 포함한 공공참여적 협치 거버넌스를 구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공공참여적 전문책임경영을 뿌리내려 리베이트 의혹 등 부패·비리구조를 방지하고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영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속도조절’ 강조
“이해당사자 조율 필요해”


이 같은 주장에 정부쪽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여러 이견이 있으므로 점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채원 산자부 전력시장과 서기관은 “현 체제는 배전분할을 하지 않은 과도기적 체제가 20여년간 정착한 기형적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력산업 내부 요인 뿐 아니라 외부적 환경 요인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규 기재부 신성장정책과장도 속도조절을 강조했다. 이 과장은 “큰 방향에서는 에너지 전환을 향해 가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화석연료 저감과 재생에너지 개발, 에너지 분권화 등 다양한 문제가 있고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상승 요인도 있다”며 “이런 전환 정책에 관련한 이해당사자가 다양한 만큼 사회적 합의와 기술발전, 제도개선을 서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속도조절하고 정책적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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