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 도입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해고 우려 등이 컸던 경찰 공무직에 대한 예산 편성·집행 권한을 경찰청이 유지하기로 했다. 당초 지방경찰 예산 편성·집행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기로 하면서 지자체 규모에 따라 공무직 노동자 처우가 달라지고, 자칫 해고까지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3일 경찰청과 국회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내년도 예산에 경찰청내 공무직 노동자에 대한 인건비를 부담하는 사업을 신설하고, 예산 편성·집행 권한을 경찰청에 두기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마쳤다.
경찰 공무직 노동자는 전국적으로 약 1천600명으로 추산한다. 주로 일선 경찰관서에서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 부문에 종사한다. 정원을 정해 채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찰청 사업에 따라 편성한 사업비 내에서 채용한다. 고용 주체는 국가가 아닌 경찰청장이다.
자치경찰제, 지자체가 예산 편성·집행 권한 가져
최근 정부·여당은 지방경찰제를 도입하고 관련 예산 편성·집행 책임을 지자체가 지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일선 경찰관서에서 생활안전 등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 공무직 노동자는 지자체의 예산 편성·집행 범위에 속한다.
경찰주무관노조(위원장 정지한)는 경찰 공무직에 대한 예산 권한을 지자체가 갖게 되면, 해고를 포함한 처우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지자체마다 예산 규모가 다르다 보니 예산 부족과 사업 존폐 등을 이유로 경찰 공무직 임금을 축소하거나, 최악에는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공무직 취업규칙은 이 같은 불안감을 증폭했다. 현행 경찰청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등 관리규칙 22조를 보면 경찰청장은 ‘업무량 변화·예산 감축 등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공무직 노동자와의 계약을 해지하거나 재계약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정지한 위원장은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로 예산 편성·집행 권한을 옮기면 재정여건에 따라 노동조건 후퇴와 해고가 예상된다”며 “그렇지 않더라도 지자체마다 처우가 달라져 차별이 발생할 소지가 있고, 처우개선을 위한 단체교섭 논의도 지자체마다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경찰청 “공무직 예산은 경찰청이 갖기로 합의”
노조 “공무직 소모품으로 보는 인식 아쉬워”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경찰청은 기재부와 논의해 공무직 관련 예산 편성·집행 권한을 지금처럼 경찰청이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또 공무직 인건비 지급을 위한 별도의 사업계획을 수립해 내년도 예산에 편성하기로 했다. 사실상 현상유지다. 경찰청 관계자는 “생활안전 등 부문별로 나뉜 사업비 예산을 통합해 경찰청에서 집행하도록 논의했다”며 “노조가 우려하는 일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논의가 경찰 공무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으로 이어지진 못할 전망이다. 정 위원장은 “말 그대로 현상유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의 사업비 방식 공무직 노동자 채용에 불안감이 크기 때문에 인건비 명목의 지급 방식을 요구해 왔다”며 “지금 방식을 유지해 지자체로 넘어가는 위험은 덜었지만 여전히 공무직 노동자를 사업 속의 소모품으로 보는 인식을 남겨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자치경찰제는 경찰청이 전국 경찰조직을 관리한 현행 체계를 바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구분하고, 자치경찰에 대한 예산 편성·집행 권한을 지자체에 이관해 지방분권을 강화하려는 제도다. 단 자치경찰 신분은 국가직 공무원으로 유지한다.
경찰청 “자치경찰 도입해도 공무직 임금은 정부가 부담”
한때 지자체 이관 논의에 고용불안 우려 제기 … 노조 “사업비 방식 유지 아쉬워”
- 기자명 이재
- 입력 2020.11.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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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함...
현상유지 하는 것 마저 노동자가 동분서주해야만
지켜낼 수 있는 이 현실...정말 슬프다...
현장의 소리나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
갑갑한 제도 도입, 결사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