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줄 모르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일상을 바꾼 코로나19는 사회 곳곳에서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노동안전보건 분야도 그렇다.

역대 최강 전파력을 가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사투가 일터 곳곳에서 벌어진다.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노동안전보건 관련 지침은 지속적으로 정비되고 있지만 시시각각 새로운 위협이 나타나고 있다. 유례없는 전환의 시기,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매일노동뉴스>는 안전보건공단의 도움을 받아 세계적으로 유력한 노동안전보건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응과 새롭게 등장한 노동안전보건 이슈에 대해 물었다. 독일 DGUV(재해보험조합)와 싱가포르 인력부 산업안전보건국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노동안전보건 이슈와 전망도 살펴봤다. 글로벌 인터뷰 섭외와 번역은 안전보건공단 국제협력센터가 맡았다. 인터뷰는 9~10월 사이 진행됐다.

2일 현재 독일에서는 5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사망자만 1만500여명에 이른다. 이달 들어 감염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독일 정부는 부분 폐쇄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2일부터 이달 말까지 영화관과 호텔은 문을 닫고 식당도 배달과 방문 포장만 가능하다. 독일 뿐 아니라 유럽이 2차 펜데믹(세계대유행)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지난 상반기 1차 펜데믹 당시 유럽 안에서 가장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 DGUV(재해보험조합)도 신속하게 산업 분야별로 수백 건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만들고 사업장과 교육기관에서 감염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스테판 허시 DGUV 대표는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디지털 전환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재해보험 시스템과 의사결정, 협력 과정에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스테판 허시 독일 DGUV(재해보험조합) 대표.


-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DGUV와 독일 노동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역사상 전례 없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관리 가능한 상태로 돌아가 일상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위험성 평가를 현재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보호 조치를 시·공간적으로 활성화했다. 중소·영세사업장에서 간단하게 업무환경을 평가해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지침을 만들고, 사업장과 교육기관 종사자 중에 특히 취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기본 개념을 수립했다.

사람들이 점점 방역에 소홀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위생 규정을 지키는 데 피로도가 늘고, 지침에도 부분적인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 내 모든 업체가 코로나19 지침에 따라 업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모순되지 않고 일관한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 정부와 DGUV는 어떻게 대응했나.
“독일 연방노동사회부(BMAS)는 올해 4월 국가 전체에 적용하는 코로나19 산업안전표준을 도입했다. 8월에는 이를 구체화한 ‘코로나19 산업안전규칙’을 마련했다. 국가 차원의 틀이 생긴 것이다.

우리는 국가 표준을 다시 산업·분야별로 구체화했다. 각 분야가 필요로 하는 현실에 맞게, 각 분야에서 통용하는 문법과 언어로 바꾸는 것이 DGUV에 주어진 최우선 과제였다. DGUV는 여러 분야별로 수백 건의 실질적인 코로나19 예방 시행지침을 개발해 즉각 제공했다.”

- 각 분야별 지침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예컨대 운송 분야의 경우 도로화물 수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폐기물 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택시산업과 항공업에 맞는 코로나19 예방은 무엇인지 Q&A로 담았다. 코로나-DGUV 정보포털(dguv.de/corona/index.jsp)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다. 교육기관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 학생과 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국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신속성’이다. 우리는 코로나19 임시운영위원회를 만들어 이해관계자들이 신속하게 협력하고 단시간에 대응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연결했다.”

- 어떤 노동자가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집단인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도 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육체적 부담뿐만 아니라 심리적 압박도 상당하다. DGUV는 이들에게 위기 상황에서도 업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심리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영상과 통화를 통해 상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단체숙식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 예컨대 건설업·농업 임시노동자, 식품업·조선업·물류업·우편주문판매 분야의 이주노동자가 감염 위험성이 컸다. 특히 저온의 실내에서 환기가 부족한 환경에서 일하는 육류업계 노동자들이 취약했다. 연방노동사회부 산업의학위원회에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보호가 필요한 집단의 관리’라는 제목으로 산업의학적인 권고 사항을 마련했다.”

- 코로나19는 업무상 재해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코로나19 이전 독일에서는 재해율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다. 지난해 업무 현장의 재해율은 전년보다 0.4%포인트 감소한 87만3천971건이었다. 통근 재해율도 0.9%포인트 감소한 18만6천59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재해율은 계속 줄 것이다. 올해 상반기 운송 분야 재해 건수는 지난해보다도 15% 정도 줄었다. 일부 산업이 고용 슬럼프에 빠진 것이 주된 이유다. 사무직의 재택근무화로 통근재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자료사진 독일 DGUV(재해보험조합)


-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사용자·정부는 각각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만병통치약 같은 해결책은 없다. 필요한 것은 각 업체의 특정한 환경에 맞춘 조치다. 중점 관리 분야를 설정하고, 정부기관과 다른 주체들이 신속하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도움이 된다.”

- 코로나19 이후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고 보는가.
“언젠가 이 대유행이 끝난다면 우리 업무방식은 크게 바뀌어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 업무와 여가시간을 개개인에 맞게 계획하고 사생활과 업무도 이전보다 원활하게 통합될 것이라는 점이다. 재택근무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협의를 통해서 업무의 구체적인 과제와 목표를 이끌어내고, 방법은 노동자 개개인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에게 독립성을 보장하면 자기효능감도 커진다. 방법은 관리자가 직원을 지금보다 더 신뢰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를 보면 보통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는 주어진 자유를 남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나 역시 DGUV에서 몸소 느꼈다.”

- 노동안전보건의 목표와 방향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전망하나.
“코로나19 대유행은 법적 재해보험 시스템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디지털 전환에 가속도가 붙고, 재택근무와 이동식 업무도 빠르게 확장할 것이다. 지금의 위기 상황은 디지털화와 인구 변화·세계화로 인해 앞으로도 반복해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재해보험도 이에 맞는 현대적인 디지털 도구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독일 DGUV(재해보험조합)는
노사 공동 자치로 산재예방부터 보상·재활까지

노동자는 물론 농민과 실업자, 유치원생을 비롯한 모든 학생들을 포괄하는 독일 DGUV(재해보험조합)은 산업·분야별로 노동자(50%)·사용자(50%)가 공동 자치로 운영한다. 우리나라 안전보건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이 하는 산재예방과 보상·재활 업무까지 모두 총괄한다. 정부는 보편적인 지침을 만들고 구체적인 안전수칙은 DGUV가 결정한다. 15개 분야별 전문기술위원회에서 재해예방 규칙을 제정하면 독일 연방노동사회부(BMAS)가 승인하는 형태다. 현장에서 규칙을 제대로 지키는지 감독하는 것은 DGUV의 가장 중요한 업무다.

DGUV의 고용인원은 5천34명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 근로감독관과 같은 기술감독관이 2천299명으로 가장 많다. 기술감독관은 사업장을 방문해 재해예방 규정 준수 여부를 살피고 기술 지도도 한다. 사업장이 법을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이들의 업무다. 노동안전보건연구원(IFA)·직업의학연구및교육원(IPA)·직업건강교육원(IAG)을 두고 있으며 DGUV아카데미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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