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주총회를 20여일 앞둔 KB금융 우리사주조합과 KB금융지주가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장외설전을 벌이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KB금융지주다. KB금융지주는 우리사주조합이 제안한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주주에게 의결권을 KB금융지주로 위임해 달라고 지난달 28일 공시했다.

우리사주조합은 9월28일 소수주주권을 활용해 윤순진 서울대 교수(환경학)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KB금융지주가 내세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위원회에 적합한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KB금융지주 지배구조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다.

법적 자격 충족한 주주제안
‘본사 제도’ 따르지 않아 “바람직하지 않다”


KB금융지주는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후보추천은 자사의 사외이사 후보 관리·추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법적 자격요건을 충족했지만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도를 운용한다. 주주 추천과 평판조회를 통해 후보자를 취합한다. 비공개 외부 자문위원이 후보군을 평가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후보를 선정한다. 주식을 1주라도 보유하고 있으면 누구나 예비후보를 추천할 수 있지만 사실상 3단계에 걸친 인선단계에서 거른다.

KB금융지주는 또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면 이사회 운영의 혼란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KB금융지주는 “현 이사회 규모와 구조는 수년간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승인으로 형성된 것”이라며 “기존 이사 퇴임 등 불가피한 사유 없이 주주제안 후보를 추가로 선임하면 이사회의 위원회 구성 변경이 불가피해 운영에 혼란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사 9명 중 ESG 전문가 없어
우리사주조합 “현 이사회 부적합”


우리사주조합도 반격에 나섰다. 우리사주조합은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ESG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있도록 의결권을 우리사주조합에 위임해 달라고 주주들에게 공시했다.

우리사주조합은 현재 이사회가 ESG 경영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우리사주조합은 “현재 이사회는 이사 전원으로 ESG위원회를 구성하고 ESG 기반 상품과 투자, 대출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선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구성원이 ESG 전략·정책 수립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가에 대해 의문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4월8일 공시된 KB금융지주의 2019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 9명의 전문분야는 금융경영 2명, 재무 1명, 회계 1명, 법률·규제 1명, 리스크관리 1명, 소비자보호 1명이다. 우리사주조합은 “주주들은 ESG위원회를 형식과 실질 양 측면에서 전문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ESG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충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리사주조합, 사외이사 예비추천제 비판
“지배구조 출발부터 주주역할 배제하는 장치”


KB금융지주가 주장하는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도에 대해서는 주주의 권리를 제한하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9월28일 사외이사를 추천하면서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도는) 주주의 권리를 보유기간·지분율 및 주주권 공동행사 의사와 무관하게 무차별화해 절차적·실질적 공정성을 상실한 채 사외이사를 비롯한 이사회 구성에서 주주 대표성을 희석시키고 지배구조의 출발점에서부터 주주의 역할을 배제하는 장치로 오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평가하는 인선 자문위원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비공개로 선임한다. 이들은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단순채점만 수행하고, 최종선정은 전적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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