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아 민주노총 대구본부 사무처장

대구시는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헌법적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 행정명령을 내려 대구시 전 지역에서 모든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10월12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하향하면서 수도권에서는 집회 참석 가능 인원을 10명 이하에서 100명 이하로 상향했음에도 대구시는 집회금지에 대한 행정명령을 지속적으로 연장조치하고 있다.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집회금지는 풀지 않고 있다.

집회와 방역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원칙과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과잉금지’하고 있는 것에 유감을 넘어 분노스럽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의 일반적인 현수막 선전전, 노조의 구청 앞 선전전, 세월호 진실버스의 도보행진, 민주노총의 전태일 3법 캠페인을 위한 범어네거리 3미터 거리 두기 선전전도 당일 불허하면서 경찰력까지 배치하는 상황이다.

전태일 50주년을 기념하며 찾아가는 전태일기념관 버스도 대구에서만 불허됐다. 급기야 28일 지역본부 주최 결의대회를 경찰력을 동원해 원천봉했다.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집회를 난장판과 불법집회로 둔갑시켜 버렸다.

몇 백명의 실내 종교인 예배와 주요 공동시설에 대한 모든 실내 모임은 그대로 놓아 둔 채 유독 집회만 불허하고 막고 있다.

이러한 대구시의 행정명령은 집회의 자유를 짓누를 뿐만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과잉 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몇 달 동안 임금을 못 받고 생계의 위협 속에서 몇 달을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게이츠에서 노동자 147명이 정리해고됐고, 홈플러스 대구점의 일방적인 매각과 폐점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의 생존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악”소리 한번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라 그저 정치권의 대책만을 기다리고 선의에 기대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방치해 둬야 하는 것인가.

기본적인 목소리조차 공권력으로 막는 것이 정말 방역을 위한 결정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행정명령을 유지할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 맞게 해제해야 한다.

유엔 평화적 집회·결사 특별보고관은 지난 4월 ‘코로나 시기의 집회·결사의 자유에 관한 10대 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10대 원칙에는 코로나19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정부의 의무와 국제사회의 권고를 곱씹어 보고 행정명령을 해제하길 바란다.

“이런 시기에 꼭 집회를 해야 하냐”고 반문할 것이 아니다. 방역지침을 지키고 야외의 적당한 거리 두기를 위반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집회는 허용해야 한다.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노동자들은 방역에 최대한 협조하며 최선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그 일상이라는 것에 “집회는 아직” “약자의 목소리는 조금 더 나중에”라는 예외를 둬서는 안 된다. 불편한 목소리, 듣기 싫은 목소리를 방역이라는 핑계로 우리의 일상을 권력으로 짓누르는 행위는 이제는 그만 둬야 한다.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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