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호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대상판결 : 대구지법 2020. 9. 10. 선고 2020가합201402 판결



1. 사건 개요

원고는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이하 사학연금법)의 적용을 받는 사립학교 교직원으로서, 경북 ○○시 소재 ○○여자중학교의 시설주사보로 근무한다. 원고는 위 ○○여중 행정실에 근무하면서, 몇 년 전 ‘바이러스 B형 간염, 간세포암종의 악성신생물’ 진단을 받았다. 그때부터 지속적으로 치료받으면서, 기름지거나 짠 음식 등은 피해 식이요법을 병행하라는 권고를 받고 실제 식이요법도 병행하고 있었다.

원고는 위와 같은 의사 권고에 따라 2018년께부터 학교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고, 외부식당을 이용해 점심을 해결해 왔다. 학교 구내식당은 성장기 학생 위주의 맞춤 식단으로 식이요법으로 적절하지 않은 기름지고 짠 음식 위주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9년 7월22일 정오께 평소와 같이 외부식당(학교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교문을 통과한 직후 재채기가 나와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전치 8주의 후십자인대의 파열 등(이 사건 상병) 진단을 받았고, 그 무렵부터 올해 2020년 1월4일께까지 간헐적으로 진료·치료를 받아 왔다.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을 직무로 인한 부상으로 판단하고 2019년 8월28일 피고 사립학교 교직원연금공단에 사학연금법 33조에 따른 요양급여 지급을 신청(직무상 요양승인)했다. 그러나 피고 공단은 2019년 9월9일 이 사건 상병은 근로장소 외부에서 자의로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학교장의 지배 관리를 벗어난 사적인 행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부결 결정(직무관련성 부정)했다. 원고는 위 부결 결정에 불복해 2019년 10월8일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급여 재심위원회에 심사청구 했으나 위와 같은 취지로 기각됐다.

이에 원고는 사학연금법에 따른 직무상 부상으로 인정받아 같은 법이 정하는 요양급여 등을 수급받고자 직무상 요양급여수급권자 지위확인을 구하기 위해 이 사건 청구에 이르게 됐다.

2. 쟁점

가. 국공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 교직원의 경우 직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대한 구체적 구제방법이 무엇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국공립학교 교직원의 경우는 교육공무원법을 적용받는다. 공무원연금법상 요양급여 등 지급신청을 해 거부될 경우 행정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두47878 판결, 서울행정법원 2014. 8. 21. 선고 2013구합31653 판결 등)

나. 사학연금법 33조는 “교직원의 직무로 인한 부상·질병·장해·사망에 대해서는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8조에 따른 급여를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 재해보상법 8조1호는 요양급여를 급여 대상에 포함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원고가 입은 부상이 직무관련성이 있는지 여부가 가장 핵심적 쟁점에 해당한다.

3. 판결 요지

가. 국공립학교 교직원과 달리 공무원 신분이 아닌 사립학교 교직원의 경우 피고 공단의 부결 결정을 행정처분으로 보기 어려워 행정소송법상의 행정쟁송 형태를 취하기 어렵다. 결국 사학연금법에 따른 수급권자 지위에 있다는 점을 확인받는 확인의 소를 취했고, 법원은 특별한 문제제기 없이 판결을 선고했다.

나. 위 대상판결에서는 사학연금법에서 말하는 ‘직무관련성’의 개념, 판단 방법 등을 설시했다. 특히 휴게시간 또는 점심시간 중 근무장소 이외의 곳에서 발생한 부상의 경우도 직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했고, 피고 공단의 항소 포기로 확정됐다.

4. 평가

가. 원고는 이 사건 상병에 관해 직무관련성이 존재함을 주장하면서 아래와 같은 논거를 제시했다.

휴게시간 중에는 근로자에게 자유행동이 허용되고 있으므로 통상 근로자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휴게시간 중 근로자의 행위는 휴게시간 종료 후의 노무제공과 관련돼 있다. 따라서 그 행위가 당해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는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라는 등 그 행위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4두6549 판결).

위 판결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관련 사안인 바, 산재보험법 40조1항은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해 근로자의 요양급여 신청에 관해 ‘직무관련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사학연금법 33조는 교직원의 요양급여 신청에 관해 직무관련성을 요구하는 바, 위 산재보험법에 관련된 판례의 기준은 사학연금법상의 직무관련성 판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원고가 외부 식당을 이용한 것은 암 진단 등에 따른 의사의 권고 때문이었으며 이에 관해 사실상 학교측의 승인을 받았다.(실제 위 학교에서는 원고 이외 몇 명의 교직원이 원고와 같은 방식으로 외부 식당을 이용해 점심을 해결해 왔다) 또한 노동부는 ‘점심시간 중 사고에 대한 업무상재해 인정 개선방안 시달’이라는 정책 공문을 근로복지공단에 시달해, 2018년 6월11일부터는 구내식당 또는 사업주가 지정한 식당뿐만 아니라 ‘사업장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는 경우도 업무관련성을 인정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업주측의 구내식당 구비여부 등 재정부담 능력에 따라 동일 사안임에도 차별적 인정이 된다는 문제와 함께, 사업장 밖에서 일어난 사고로서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 출퇴근재해와 근본적 차이가 없음에도 산재인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한다는 비판에서 위와 같이 개선됐던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사업장이 학교로 바뀌고 근로자가 교직원으로 바뀌었을 뿐 논리적으로는 같은 쟁점에 대한 같은 문제점이 발생한 것이고, 결국 이 사건 상병은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행위로서 사업주의 지배·관리 영역하에서 발생한 직무로 인한 부상으로 봐야 함을 강조했다.

나. 법원도 이와 같은 원고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점심시간 중의 식사는 일반적으로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생리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원고가 상당히 오래 전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외부식당에서 식사할 것을 학교측에 보고하고 이를 허락받은 점 △식당의 위치가 학교와 도보로 약 10분 정도의 거리로 식사 후 휴게시간 내에 복귀가 충분히 가능한 거리고 실제 원고도 식사 후 복귀가 예정된 점 △학교에 구내식당이 존재하더라도 교직원들이 점심식사를 반드시 구내식당에서 하도록 제한할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사고가 사업주의 지배·관리영역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해 직무관련성을 인정했다.

다. 원고는 사립학교 교직원으로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비해 차별 취급(즉, 일반적인 산업재해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앞서 언급한 노동부 방침에 따라 좀더 적극적으로 구제해 왔음)을 받았다. 이 점에 주목한 이 사건 수임변호사는 근로자와 사립학교 교직원의 유사성을 정확히 주장해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 있던 의뢰자를 위해 성공적으로 변론했다. 위 사건은 추후 사립학교 교직원에 관한 유사한 사건에서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 보이고 시사점이 크다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