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 아무것도 하지 마.”

“개판이야, 너같이.”

“밥값 좀 해라.”

다국적 제약회사의 도 넘은 직장내 괴롭힘 문제가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공개됐다. 이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알린 다국적 제약회사와 의약품 유통회사에 신고된 직장내 괴롭힘 진정 사례를 보면 ㄱ사 임원 A씨는 노조간부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을 쏟아부었다. “너같이 개판”이라거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인격 모욕이 수시로 이어졌다. 그 임원은 “노조 업무 하는 날 외에는 제 시간에 출근한 날이 없어. 넌 방출이야”라며 해고를 암시하는 발언도 반복했다. 실제로 해당 노조간부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행위를 4개월 넘게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만 남기고 나머지 팀원 신설부서로 이동
‘신종 왕따’로 사직 강요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를 홀로 부서에 남겨 놓고 나머지 직원들을 신설한 부서로 전원 이동시키는 방식의 ‘신종 왕따’ 수법도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ㅈ사 팀 관리자가 피해자에게 “밥값을 해라” “무능하다, 책임감이 없다”는 비난을 공개적으로 팀원들 앞에서 했다. 그 뒤 피해자만 해당 팀에 남겨 놓고 다른 직원들을 전원 신설부서에 전보 발령했다. 혼자 팀에 남은 피해자 B씨는 “일을 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도 주지 않은 채 알아서 일을 찾아서 하든지 아니면 사직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개인 이메일과 SNS까지 공개 강요 ‘심각한 사생활 침해’

10분 단위로 업무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업무 결과가 불충분하면 퇴근시간 무렵 2시간 가까운 훈계를 주 2~3회씩 반복한다는 피해사례도 있었다. 민주제약노조에 따르면 ㅍ사에서 근무하는 C씨는 업무보고를 오전 9시부터 10분 또는 20분 단위로 오후 1시35분까지 15차례나 했다. 개인 메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공개하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ㅍ사 마케팅팀 관리자는 직원에게 업무 메일함을 열라고 시킨 뒤 보낸 메일 시간과 내용까지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개인 메일함도 열람했다는 것이다. 또 카카오톡 메시지도 열어보도록 시켰다고 노조는 밝혔다.

노조는 “수익만을 목표로 하는 본사의 기업 운영방식과 제약회사의 경쟁만 추구하는 잘못된 조직문화가 결합해 직장내 괴롭힘 형태로 나타난다”며 “다국적 제약회사 곳곳에서 이로 인한 노사분쟁이 발생하고 노조간부를 찍어 괴롭힌 뒤 내보내려는 사직 종용이 당연한 일처럼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수진 의원은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치외법권인 양 다국적 제약회사는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있다”며 “사생활 침해와 인격모독 같은 도를 넘는 괴롭힘에 노동자들은 병들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직장내 괴롭힘 방지를 위해 예방교육 의무화와 처벌조항 신설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법 개정 이전이라도 노동당국이 특별근로감독으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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