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 길 한편 거기 예술의 전당 앞 계단은 기자회견의 전당으로 거듭났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할 말을 품고 칸칸이 선 채로 펜과 카메라 든 관중을 기다린다. 천을 찢고 얼음을 깨고, 또 짧은 연극을 선보이는 식으로 할 말의 핵심을 내보인다. 사진에 힘을 보탠다. 자주 썰렁했고, 종종 깔끔했다. 그러니 준비하는 사람들은 몇 날 며칠 창작의 고통으로 불면의 밤을 보낸다. 저기 ‘인증샷 집회’ 기획자는 토 나올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사진기자가 많이 왔다는 게 얼마간 위로가 됐을 테다. 뒷줄 현수막 든 사람들은 사진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현수막 뒤로 얼굴을 가려야 했다. 짧게 끝날 리가 없었으니 두 팔 들고 벌 서던 사람들은 팔 빠질 지경이었다고 했다. 뒤늦게 온 사진기자의 요청으로 커튼콜을 하면서는 현수막 뒤로 탄식이 쏟아졌다. 아이 사진에 우산을 씌워 주면서 환하게 웃어 보자고 앞자리 선 연출가가 말했는데 웬걸 마스크에 가려 웃는지 어쩌는지 알 수가 없다. 벗고 찍자, 쓰고 찍자 말도 길었다. 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려 스마트폰을 세워 뒀는데, 코로나 긴급재난문자가 들어와 망쳤다. 우왕좌왕, 코로나 시대 새 길 찾는 사람들 얘기다. 어느덧 일상이 된 동시대 예술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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