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지난 16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에서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에 관한 합의문을 도출했다. 근로자대표의 선출, 근로자대표의 임기, 근로자대표의 지위·활동을 규정했다. 현재 근로자대표제가 적용되는 노동관계법은 7개이고, 관련 조항은 36개나 된다. 막강한 역할에 비해 근로자대표 선출 절차나 지위·권한에 대한 규정이 없어 시급한 정비가 요구돼 왔다. 그런 점에서 합의는 긍정적이다. 반면에 이번 합의가 노조 힘을 약화하거나 소수노조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합의의 성과와 과제는 무엇일까.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

노조 대표성 약화 우려는 오해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

이번 경사노위 합의는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선출절차·방법, 지위·활동 보장에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었던 상황에서 새로운 법률적 보호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논평을 통해 이번 합의에 대해서 △노조의 대표성 약화 우려 △과반수노조가 없는 경우 노사협의회에 근로자대표권 부여 △노사협의회 특성상 자주적 의사결정 어려운 한계 및 노사협의회 권한 비대로 노조의 대표성 약화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 규정결여로 집단적 회의절차 없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문제 야기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합의문에 대한 오해가 있어 바로 잡고자 한다.

첫째, 과반수노조가 있는 경우 과반수노조가 현행과 같이 근로자대표 지위를 갖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위촉권도 갖는다. 근로자대표 제도를 노조의 대표성과 무관하게 정리했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 둘째, 과반수노조가 없고 노사협의회가 있는 경우에는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된 근로자위원들로 구성된 ‘근로자위원 회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 지위를 가진다. 현행 법률에 없는 근로자위원 선출절차를 법률로 명확히 하고, 근로자위원들로만 구성된 ‘근로자위원 회의’에 사용자의 간섭을 배제한 독립적 의사결정을 보장한 것이다. 노사 동수로 구성된 ‘노사협의회’에 근로자대표 기능을 준 것이 아니다. 셋째, ‘근로자위원 회의’의 권한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 지위에 한정된다.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임금피크제 등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은 근로자대표의 권한사항이 아니다. 또한 ‘합의문 3-1’을 보면 근로자대표는 근로자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도록 하는 의견수렴 의무를 부여했다.

이번 합의는 근로자대표의 선출, 독립된 의사결정, 그 활동보장에 관한 중요한 원칙과 방향을 담은 것이다. 향후 근로자대표의 선출과정 및 활동에 관한 사용자의 개입 방해금지, 실질적 활동 보장을 담보하기 위한 실효적 입법 필요성에 대한 노사정의 공감대가 입법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

근로자대표 관련 분쟁소지 최소화한 의미 있어
이준희 한국경총 노사관계법제팀장

이준희 한국경총 노사관계법제팀장

노사정은 지난해 2월19일 경사노위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정산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 합의문에도 명시돼 있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라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은 누가 근로자대표가 되는가에 대해서만 명시돼 있을 뿐, 선출 절차나 권한·의무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경영계가 근로자대표 제도에 대한 사회적 대화에 임한 것은 그러한 입법적 공백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출절차다. 과반수노조가 있는 경우 과반수노조 대표가 근로자대표가 된다. 과반수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들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도록 합의했다. 근로자참여법에 따라 노사협의회가 설치된 사업장의 경우에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근로자대표 역할을 맡도록 했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숫자가 복수이므로 이 경우 회의체 방식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도록 했다. 임기는 3년 이내에서 노사가 합의해 결정하도록 했고, 근로자대표 활동시간 유급 인정, 사용자에 대한 자료요구 인정, 사용자의 불이익취급 및 개입방해 금지 등도 포함돼 있다. 대부분 노사협의회나 고충처리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이미 익숙한 사항이다.

이번 합의는 근로자대표 선출 절차를 규정해 근로자대표 결정 절차 및 권한과 관련한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 탄력적 근로시간제 같은 유연근무제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등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를 위해 그 전제가 되는 제도의 절차적 미비점을 보완했다는 데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그 외에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근로자대표의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제도의 중복·혼선을 최소화했다는 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노사 간 이견이 상당한 쟁점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으므로, 제도개선에 관한 논의도 합의 취지에 충실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지금 필요한 것은 노조할 권리·노동기본권 확대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문은 얼핏 근로기준법상 명료성이 결여된 근로자대표의 지위를 구체화하고, 근로자대표의 선출 절차를 규정함으로써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대표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근로자대표 제도를 노조의 대표성과 별도로 정돈함으로써 기존 노조가 노동 3권을 토대로 노동자의 이해를 대표하던 ‘근로자대표’로서의 위상을 약화 혹은 배제할 가능성이 있다.

노사협의회는 그 구성에 있어서 조합원보다 다수를 차지할 수는 있겠으나 노사대등의 교섭권이나 단체행동권을 가진 조직이 아니다. 현행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참여법)상 ‘협의’의 주체일 수는 있지만 ‘합의’의 주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노사정 합의는 과반수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노사협의회에 근로자대표권을 모두 부여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대표의 선출절차는 규정하고 있으나 근로자대표가 노동자의 의사를 민주적으로 수렴하는 절차는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과거 정부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동의절차 진행에서 문제가 됐던 점, 집단적 회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별동의 절차를 밟았던 문제 등이 이번 합의를 통해서 나타날 수 있다.

전국 사업장에 걸쳐진 간접고용 사업장을 보자. 노사협의회의 경우 구성원에 대한 정보가 분산돼 있는 노동자들보다는 사용자에게 더 주어져 있다는 점에서 자주적인 의사 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는 다수 사업장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 진행과정에서 나타났던 문제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이번 합의는 근로기준법 4조가 규정한 노사대등의 원칙에 부합하기는 커녕 근본적인 불평등 관계에 놓인 노사관계를 외면하고 사용자의 영향범위에 있는 노사협의회 질서를 비대하게 할 우려 내지는 노조의 대표권을 훼손하게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노조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는 근로자대표제 개선보다는 노동기본권의 확대, 노조할 권리의 전면 보장, 노조조직률의 대폭적인 제고다.

종업원대표제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합의, 서둘러 입법하자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를 실질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미 공감대가 이뤄져 있었다. 그 점에서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을 근로자대표로 하는 경사노위 합의는 기본적으로 근기법상 근로자대표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지위·활동과 관련한 합의 내용도 입법으로 이어지면 근로자대표제 운용에 일정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근기법상 근로자대표는 전체 근로자대표인데, 과반대표에 근로자위원의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움이 있다. 소수노조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복수노조의 경우에는 소수노조를 배려해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기존 과반노조가 가지는 독점성 폐해들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근로자집단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하는데 빠졌다. 근로자대표 권한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조금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참여법상 의결사항과 협의사항을 조금 더 살펴봐야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근로자참여법이나 근기법을 바꾸든지 해서 근로자대표의 대등결정 시스템으로 가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현재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제정하고, 근로자의 동의를 받는 구조다. 이건 대등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같은 권한 논의는 좀 부족한 것 같다. 일각에서 노조의 위상을 약화하고, 과반노조라는 집단에 의한 보호가 더 두텁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대표자가 피대표자의 직접·비밀선거에 의해 선출이 이뤄지면 민주적 정당성은 갖춰졌다고 본다. 그 대표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 근로조건 대등조건에 부담하는 제도라고 이해하고 있다. 근로자대표 통제시스템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독일처럼 근로자총회나 정기회의를 개최해 근로자대표 활동보고와 기업운영사항 보고가 이뤄지게 하면 될 것 같다. 경사노위 합의는 종업원대표제로 가기 위한 과도기에서 나온 내용이라고 본다. 우선 합의내용을 정착시키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한데 너무 늦어졌다. 빨리 입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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