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 사망 사태 책임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잇단 택배노동자 사망에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연이은 택배기사님들의 사망에 대해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3천명 분류인력 추가 투입할 것”

CJ대한통운이 이날 발표한 과로사 재발방지 대책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분류지원 인력 투입이다. 분류작업 인력투입은 7월 출범한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가 택배노동자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핵심 대책으로 요구해 온 것이다. 기존 택배노동자·집배점주가 고용 비용을 부담해 근무 중인 1천여명의 분류인원에 더해 3천여명이 추가로 배치될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은 투입 시기와 비용 분담에 대해서는 “집배점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그간 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기사 5명당 최소 1명의 분류작업 인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배기사 관리시스템에 등록된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는 1만8천~2만5천명 수준이다. 대책위 관계자에 따르면 사측이 발표한 분류작업 추가투입 규모는 대책위의 이같은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전체 대리점을 대상으로 택배노동자 산재보험 가입 여부 조사도 실시한다. 신규 대리점은 위수탁계약을 맺을 때, 기존 대리점은 재계약 때 “산재보험 100% 가입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이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택배노동자 대상 건강검진 주기는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택배노동자 3~4명이 팀을 이뤄 물량을 분담해 일부 택배노동자에 물량이 쏠리지 않도록 하는 ‘초과물량 공유제’에 대해서는 대리점·택배노동자들과 대화를 통해 도입해 나간다고 밝혔다. 작업강도 완화를 위해 소형상품 전용 분류장비를 추가 구축하고, 택배노동자 복지증진 활동에 사용하는 100억원의 상생협력기금도 조성할 예정이다.

“약속이행 여부 점검 대책 필요하다”

대책위는 CJ대한통운 발표에 대해 “분류작업 투입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리점과의 계약에서 산재보험 가입조건을 권고 수준으로 발표한 것은 아쉽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사측 약속을 점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기구인 민관공동위원회 구성 관련 언급이 없는 것 역시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이날 “민간공동위 구성에 대해서는 추후에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2018년에도 대전허브터미널에서 노동자 2명이 사망해 근로감독을 받은 바 있다. 회사는 사고 이후 터미널에 차량안내 인력을 투입하고 조명등을 설치했다.

유성욱 택배연대노조 CJ본부장은 “당시에도 허브터미널 시설은 많이 개선됐으나 인력 충원은 미비한 수준이었다”며 “대책위는 후속조치에 대한 관리감독과 시행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민관공동위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가 제안한 민관공동위 구성에 대해서 정부·여당·노조는 긍정적이지만 택배사들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책위 공동대표인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CJ대한통운이 택배업계 물량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는 택배산업 전반의 문제인데 다른 택배사들은 대책마련조차 하고 있지 않다”며 “택배산업 전반에 과로사 방지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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