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 노총이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ILO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했다.<정기훈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내놓은 관련법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뚜렷이 밝히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재계도 협약 비준을 탐탁지 않아 하고 있어 노동관계법 개정 국회 논의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노동부 ILO 기본협약 비준 ‘노조법 개정안’ 의견 청취
“ILO 비준 위해 정부안 힘 실어야” … “ILO 원칙 미달”


고용노동부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노조법 개정, 상생의 길을 찾는다’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했다.

정부는 비준하지 않은 ILO 기본협약 4개 중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 협약(87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협약(98호), 강제노동 협약(29호)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협약비준을 목적으로 지난 6월3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의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2018년 11월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가 내놓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공익위원 합의안’을 토대로 만들었다. 당시 합의안 논의에 참여했던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회 발제를 맡아 정부안에 힘을 실었다.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노동계 추천을 받아 발제를 맡았다.

두 발제자는 정부안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지를 두고서부터 의견을 달리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실업자·해고자에게 노조 가입을 허용한다. 그런데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고, 쟁의행위시 사업장 내 주요 시설점거와 해고자의 사업장 출입이 제한되는 되는 내용이 들어간다. 재계의 요구를 반영한 내용이다.

이 교수는 “기본협약 미비준을 문제 삼은 유럽연합측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와 직접 연관된 노조설립에 국한돼 있다”며 “현 시점에 ILO 기준에 완전하게 부합하는 노조법 개정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점진적·단계적으로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과 통상마찰이 우려되는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부문에 집중하자는 의미다. 반면 윤 연구위원은 “정부 노조법은 해고자·종업원이 아닌 조합원, 이를테면 비종사자 조합원의 조합활동을 제약해 ILO 결사의 자유 원칙에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ILO 기본협약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내용을 두고도 견해차가 뚜렷했다. 이 교수는 “단협 유효기간을 1년 더 연장하는 것이 노사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낮고 노사자치를 침해하는 부작용도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비종사자(해고자)의 사업장 내 조합활동에 일정한 제약을 두는 것 자체는 국제노동기준상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윤 연구위원은 “정부안대로라면 복수노조 상황에서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노조는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날부터 최소 4년 이상 단체교섭 요구조차 못 하게 돼 단체교섭권을 박탈당하는 상황을 낳을 수 있다”며 “사업장 종업원이 아닌 조합원의 조합활동에 차별이 발생해 차별대우 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이들은 근로시간면제 한도 산정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등에서 조합원수 계산에 빠지게 돼 현재보다 더 후퇴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직장점거를 제한하는 내용에 대해 이 교수는 “부분적 직장점거를 금지하는 것처럼 규정돼 있다”는 점에서, 윤 연구위원은 “피케팅·대체인력 투입 저지 등 현행 법제에서 인정되는 쟁의행위마저 불법화될 수 있다”면서 반대 의견을 같이했다.

이제는 국회의 시간 … 이재갑 “이견 있어도 개정 늦출 수 없어”

노동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노사 의견을 듣는 것을 끝으로 ILO 기본협약 관련 의견 청취 절차를 마무리한다. 앞으로는 국회 입법 논의에 집중한다. 이재갑 장관은 토론회에 참석해 “오늘 토론회가 본격적 국회 논의 이전에 노사정이 소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며 “11월에는 국회에서 노조법 개정안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세부적 내용에 입장 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노조법 개정이 늦출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8건의 노조법 개정안이 올라 있다. 이 중 정부안을 비롯해 6건의 개정안이 ILO 기본협약 비준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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