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사용자의 행위가 무언가 부당하다는 생각, 그 감각으로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접수한 노동조합이 있었다.

해당 노조(A노조)는 신설노조로서 A노조가 설립되기 이전 해당 사업장에는 이미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돼 교섭대표노동조합(B노조)이 결정됐고, 사용자와 B노조 간 단체협약도 체결됐다. 그런데 이후 B노조가 승인받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는 A노조 조합원수까지도 더해져 산정됐으니(무려 9천600시간이 더해졌다), 그 몫을 한 A노조에도 타임오프 한도 일부를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 A노조 주장이었다. A노조는 막상 사용자의 답변서를 받아 보고 막막함을 느꼈는지 갑자기 답변서를 들고 와 처리해 달라며 사건을 의뢰했다.

사용자의 답변서에는 A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가 아니니 타임오프 한도에 대한 법정 권리는 없으며 추후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이후에야 권리가 생긴다, 오히려 B노조에 타임오프 시간을 자율적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했는데 부당노동행위라니! 가당치도 않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81조4호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봐 금지하고 있다. 그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노동조합에 있고,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인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 인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게다가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면제 한도 적용 매뉴얼’에서는 “신설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완료된 이후 설립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못한 경우에도 근로시간면제 한도 총량은 신설노조를 포함한 전체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고, 근로시간면제 한도 배분은 법정 고시된 한도 내에서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해당 사업장에 적용할 연간 총 시간을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노동조합 간에 자율적으로 협의·배분하도록 하며 이 경우 사용자는 신설노조에 근로시간면제 한도 부여 의무는 없다 할 것이고, 다만 남는 부분은 신설노조에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할 것”이라는 행정해석까지 안내하고 있다. 사용자는 계속 이 행정해석을 읊어 대며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우선 타임오프 한도는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노조법 24조에 근거해 요구할 수 있다. 노조법 24조4항에 의거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적법한 편의제공으로서 타임오프 한도를 부여받을 수 있다. 바로 이 조항,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A노조도 타임오프 한도를 부여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창구단일화 제도는 어디까지나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복수노조끼리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한 절차로 도입된 제도일 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이후 신설된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위해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헌법 33조1항과 노조법 29조1항)을 부인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사용자도 “근로시간면제 시간은 B노조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의 근로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A노조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인정하고 있음에도 타임오프 한도 전체를 B노조에 승인해 놓고 노조 간 자유롭게 분배하라니, 그 자체로 A노조의 조합활동을 위축·방해하려는 의사가 추단된다. ‘객관적으로 지배·개입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용자의 행위가 있고, 이로 인한 노동조합의 자율성·독립성에 대한 침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배·개입 의사가 존재했는지를 따로 묻거나 그 증명을 요구할 필요 없이 그에 대한 적절한 구제를 명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노위는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한 목적은 집단적 노사관계 질서를 파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예방·제거함으로써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확보해 노사관계의 질서를 신속하게 정상화하고자 함에 있다”며 “사용자의 행위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의 행위가 객관적인 단결권 보장 질서를 침해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관점이며 지배·개입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의도나 동기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판정했다. 그러면서 “사용자가 A노조에 대해 근로시간면제 시간을 배분하지 않고 B노조에 근로시간면제 한도 전체를 승인한 행위는 A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으로 물꼬를 튼 A노조는 오늘도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문제제기의 목소리를 내며 활발히 투쟁 중이다. 실은 이전에 A노조의 주장을 대략 전해 들었을 때, 선뜻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해 보자고 먼저 제안하지 못했다. 그런 내 모습이 떠올라, 이렇듯 현장에서 노동조합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감각이 예민한 곳은 참으로 귀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회사가 노동조합의 입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으로 부득이 인원 3분의 1을 감축해야겠다”고 발표한 한 사업장은 발표 직후 일주일 만에 목표한 인원들이 희망퇴직 명목하에 쓸려 나갔다. 노동자들은 회사에 ‘그간 사업장의 휴업 조치도 묵묵히 감수했는데 인원 3분의 1을 정리해야 한다는 기준은 어떻게 계산된 것인지, 정리해고 대상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된 것인지’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다만 정리해고 대상자 중 유일하게 단 한 명만이 남아 공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보복발령 중단하고 해고예고 철회해 현장으로 되돌려라. 경영사정 어렵다며 피땀 흘린 노동자만 거리로 내모느냐. 부실회사 만들어서 책임을 직원에게? 기업인의 책임의식 어디 가고 노동자만 거리로 내모느냐.” 모이지 못한 외침을 홀로 꾹꾹 눌러 담은 노동자의 목소리가 마음을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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