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

정부는 지난 6월30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필요하다면서 국회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당장 10월 말부터 국회에서 심의될 예정이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노조법 개정을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 개정안은 ‘역대급 노조법 개악안’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첫째, 정부의 개정안 내용 중에 ILO 기준에 부합하거나 현재보다 노동기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하는 내용은 없다. 믿기 어렵지만 정말 그렇다. 둘째,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한 개정안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ILO가 지속적으로 개선을 권고한 내용은 통째로 누락됐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노조법 2조1호 근로자 정의 개정), 하청·간접고용 노동자가 진짜 사장인 원청과 만나 교섭할 권리(노조법 2조2호 사용자 정의 개정),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는 노조 설립신고제도 개선(노조법 12조3항 노조 설립신고서 반려제도 삭제) 등이 모두 누락됐다. 셋째, 그나마 정부 개정안에 담겼다는 해고자의 기업별노조 가입 허용, 노조 임원자격, 전임자급여 지급 내용도 ILO 기준에 위반되고, 현재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해고자는 여전히 기업별노조 임원과 대의원이 될 수 없다. 정부가 여전히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유지해 전임자급여 지급에 간섭하고,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나 사용자의 동의는 여전히 무효다.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제도도 그대로 유지된다. 넷째, 노동기본권 보호나 개선 효과는 없거나 불분명한 반면, 노동개악은 명확하고 명백하다. 그 폭과 범위, 개악의 정도는 이명박·박근혜 적폐정부에서도 감히 꿈꾸지 않았던 가히 ‘역대급 개악악’으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먼저 정부 개정안은 생산 및 그 밖의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한다(개정안 42조1항). ‘전부 또는 일부’를 쉽게 풀어쓰면 100%를 말한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업무 내지 생산시설은 쟁의행위 태양을 가리지 않고, 아무리 평화롭게 진행하더라도 직장점거를 100%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의하면 사업장 내 평화로운 피케팅, 현장 순회, 생산시설에 위법한 대체인력 투입 감시 등 현재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조합활동도 위법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나아가 개정안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종사근로자인 조합원’과 ‘종사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을 구분해 사업장 출입과 조합활동에 차등을 두고 있다(개정안 5조). 해고자나 산별노조의 임원과 조합원 등을 종사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으로 분류해 사용자의 허가를 받아야만 사업장에 출입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산하 지부·지회 사업장의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소속 사업장이 아닌 사업장에 출입하더라도 정당행위에 해당하지만(대법원 2020. 7. 9. 선고 2015도6173 판결,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 사건), 정부 개정안에 의하면 이러한 산별노조의 지원활동이 전면 금지될 염려가 있다. 가히 1980년대 군사독재 시절의 제3자 개입금지 규정의 부활이라 할 만하다. 그뿐이 아니다. 정부 개정안은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상한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다(개정안 32조).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이 창구단일화 제도와 결합할 경우 소수노조는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날부터 최소 4년 이상 교섭요구를 할 수 없다. 통상 단위노조 위원장의 임기가 2년인 점을 고려하면, 임기 중 단체교섭 한 번 못하는 위원장이 태반일 것이고 소수노조는 임원이 2번 바뀌어도 교섭을 할 수 없다. 정리하면 이렇다. 정부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동조합은 파업을 하더라도 사업장에서 내쫓겨 공터에서 집회를 해야 한다. 산별노조가 산하 지부·지회 파업을 지원하는 것이 금지됨은 물론, 산별노조 위원장이 사업장 출입부터 막힐 수 있다. 임기 동안 단체교섭 한 번 못하는 위원장이 수두룩할 것이고, 소수노조는 위원장이 2번 바뀌는 동안 한 번도 교섭요구를 할 수 없게 된다. 사용자는 이것도 모자라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삭제, 대체인력 투입 허용까지 주장하고 있다. 노동조합에는 궤멸적 피해를 줄 것이고, 사용자는 이를 기회로 노조파괴에 골몰할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그 숫자는 올해 안에 확인된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전태일 3법’으로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와 5명 미만 미조직·영세사업장 노동자를 보호할 것인지, 아니면 정부의 노조법 개악으로 노동조합과 전체 노동자가 궤멸적 피해를 입을 것인지 올해 안에 판가름 난다. 정부가 ‘역대급 개악안’을 던졌다면, 전체 노동자도 ‘역대급 대응’을 해야만 개악을 막을 수 있다. 매우 위중하고, 심각한 상황이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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