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삼성전자의 국가핵심기술 유출방지법’이 뭇매를 맞고 있다.

19일 민주노총과 반올림·노동건강연대·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참여연대 등은 “삼성 보호법을 더 강화하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고민정 의원이 지난 13일 발의한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비판한 것이다. 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대상기관의 동의 없이는 적법하게 취득한 산업기술을 사용하거나 공개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생명이나 건강권 같은 공익적 목적의 예외 조항도 두지 않았다.

노동·사회단체는 “이 조항은 산업기술과 관련된 모든 공익적 문제제기를 탄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기술 자료를 적법하게 취득한 사람이 기술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떤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공장 노동자나 지역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라면 당연히 외부에 공개할 수 있다. 그런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런 상황에서조차 삼성전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실제로 고 의원은 이 법안을 발의하면서 낸 보도자료에서 ‘삼성전자의 국가핵심기술 유출방지법’이라고 명시했다. 노동계는 “산업기술보호법과 삼성과의 오랜 특수관계에 대해 어떠한 고민도 없이 삼성을 더 보호하는 법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민정 의원안은 지난 8월 같은 당 이수진 의원(비례)이 발의한 법안과도 충돌한다. 이 의원은 “국가의 핵심산업 기술보호는 중요하지만 이를 빌미로 국민의 생명·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는 없다”며 산업기술의 개발·보급 및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해에서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한 바에 따른 정보는 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단서 조항을 신설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지난해 8월 개정 과정에서도 논란이 컸다. 올해 2월 시행된 법에는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 비공개 원칙이 담겼다. 신설된 9조의2에는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을 비롯한 기관은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같은 법 14조8호에는 산업기술 관련 소송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적법한 경로를 통해 산업기술이 포함된 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그 정보를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노동·사회단체는 “노동자들이 자신이 일하는 환경이 유해한 곳인지 묻지도 못하게 한 법”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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