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최근 5년 사이 항공노동자들의 생식기 관련 질환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노동자 산업재해 신청은 매우 저조했다. 직업과 질병의 연관성을 밝히기가 쉽지 않은 항공노동자 직업병 연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입수한 ‘항공종사자 질병별 진료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5년 새 생식기질환 최고 56.2% 증가

‘여성골반내기관 염증성질환·여성생식관의 비염증성장애’ 진료를 받은 노동자는 2015년 4천942명에서 지난해 6천387명으로 29.2% 증가했다. 올해 1~6월에는 이미 7천170명이 진료를 받았다. 반년 만에 지난해 수치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남성노동자 생식기질환 발생률 상승곡선은 더 가팔랐다. ‘남성생식기관의 질환’은 같은 기간 879명에서 1천373명으로 56.2% 늘었다. 올해 1~6월 1천496명이 진료를 받아 여성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수치를 이미 넘어섰다.

항공노동자 생식기질환은 전체 평균에 비해 증가 폭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중 여성 생식기질환 진료자는 2015년 442만3천25명에서 지난해 470만5천918명으로 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항공업 여성노동자 증가율(29.2%)이 4.5배나 높다.

남성 생식기질환 진료자는 같은 기간 155만1천797명에서 181만7천155명으로 17% 증가했다. 항공업 남성노동자 증가율(56.2%)이 3.3배나 높았다.


항공노동자 산재신청 5년간 36건 그쳐

항공노동자가 가장 많이 앓는 질병은 남녀 공통 ‘근골격계·결합조직의 질환’이다. 남성은 2015년 6천446명에서 지난해 8천631명으로 33.9%나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1만412명이 이 질환으로 진료를 받았다. 여성은 같은 기간 5천624명에서 7천107명으로 26.4%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 벌써 6천938명이 병원을 찾았다. 이는 전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중 남성(688만6천467명→783만8천765명) 13.8%, 여성(900만8천717명→992만5천513명) 10.2%에 비해 2~3배 높은 수치다.

여성노동자는 생식기관질병에 이어 갑상선·기타내분비선의 악성신생물(2015년 126명→2019년 169명), 유방의 악성신생물(32명→61명) 증상이 많았다. 남성노동자는 생식기관질환에 이어 허혈심장질환(159명→264명), 갑상선·기타내분비선의 악성신생물(111명→127명), 뇌혈관질환(64명→113명)이 뒤따랐다.

“항공노동자 직업병 연구 미진”

항공노동자 산재신청과 승인은 드물다. 강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2015~2020년 6월 국내 8개 항공사 항공운수업 질병산재현황 및 근로자수’ 자료에 따르면 질병산재 신청은 36건, 승인은 19건에 그쳤다. 근골격계질환 신청 12건 중 승인은 6건, 뇌심혈관계질환 8건 신청 중 승인은 3건, 정신과질환 9건 신청 중 승인은 7건에 불과하다.<표 참조>

강은미 의원은 “유독 항공노동자 중 생식기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많은 것에 대해 구체적인 연구와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실태조사는 항공노동자 직업병 분석과 산재인정에 관한 중요한 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항공 승무원의 경우 북극항로 비행에 따른 우주방사선 노출로 백혈병·혈액암 발병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2018년 승무원이 산재를 신청하면서 관련 연구와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이런 사례처럼 항공노동자의 직업병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의 직업병 연구가 다양하게 이뤄진 반면 항공 승무원과 종사자 연구는 미진해 산재신청에 애로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기관이 실태조사와 연구에 빨리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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