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10.26 월 15:20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이정호의 미디어비평
국민연금 파산한다던 언론
▲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국민연금만 한 효자는 없다. 언론은 국민연금이 고갈돼 파산한다고 폄하하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없다. 심지어 퇴직을 앞둔 50대 후반 중산층은 평생 국민연금을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연금 타기 직전에 한꺼번에 몇십 년치 연금을 한꺼번에 내기도 한다. 이를 ‘추납’이라고 부른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지난해 국민연금 추납 신청자를 공개했다. 무려 14만7천254명이 한꺼번에 수십년치 국민연금을 냈다.(매일경제 8월12일 16면)

몇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한꺼번에 낼 만큼 국민연금은 매력 있는 재테크 수단이 됐다. 우리나라 연금은 평균 연령까지만 산다는 전제만 있으면 무조건 남는 장사다. 소득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0원 내고 200원은 받도록 설계돼 있다. 반면 사보험은 100원 내면 무조건 100원 이하로 받는다. 유료방송에선 연일 “낸 돈 모두 돌려주고 웃돈 얹어 준다”고 광고하지만 뻥이다. 개인연금 100원 냈는데 20~30년 뒤 물가상승률을 뺀 100원을 돌려준다는 소리다. 100원의 가치는 20년 동안 200원·300원으로 올랐는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원래 낸 원금만 돌려받는 밑지는 장사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까지 반영해서 연금을 주기 때문에 실질 수익률은 사보험과 비교도 못할 만큼 크다. 15년 전 국민연금 개혁 논의 때 언론은 국민연금에 ‘2042년 고갈’ ‘2047년 고갈’이란 꼬리표를 붙여 파산할 것이라고 두들겨 팼다. 영문도 모른 채 뭇매를 맞던 국민연금은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당시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금을 33.3%나 삭감하기 전이라 실질 수익률은 더 높았다. 당시 ‘깡통 국민연금’ 여론조성에 앞장선 언론사는 사보험 회사와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거나 사보험 회사의 광고로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

국민연금을 팰수록 국민은 국민연금 만한 노후 소득보장책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덕분에 국민연금을 받을 나이가 다 돼 291개월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고 월 49만650원을 연금으로 타 간 사람도 생겼다. 6년만 연금을 타면 낸 돈보다 더 많이 받으니 노후에 이만한 효자가 없다. 가뜩이나 저금리 시대에 은행 이자보다 수십배 이익을 내는 재테크 꿀팁인데 이를 마다할 사람이 없다.

이 자료를 발표한 김상희 의원실은 중산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한 국민연금 추납을 10년치(120개월)로 제한하려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매일경제 9월26일 10면) 20년 만에 많이도 변했다. ‘깡통 국민연금’이라고 호들갑 떨었던 언론은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오늘도 국민연금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기사를 쓰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연일 비판하던 우리 언론이 이제는 중산층의 미국 부동산 쇼핑을 안내하는 기사까지 쓰고 있다.(‘취득·종부세 없는 美부동산 쇼핑 행렬 … 한국서 매일 20건씩 문의’ 매일경제 9월30일 8면) 8억원쯤 하는 미국 주택을 한 채 사면 한 달에 월세만 400만원쯤 들어온다는 얘기다. 미국은 한국처럼 주택담보대출을 엄격히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절반 정도만 현금을 내고 나머진 미국 은행에서 대출로 해결하면 된다는 소리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바로 이런 주택담보대출을 주로 하던 은행이 무너지면서 발생했는데 그런 위험 따윈 안중에도 없다. 참 무서운 언론이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이정호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