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건설안전공사를 통합해 국토안전관리원을 출범시키는 정부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토안전관리원법 통과로 오는 12월10일 출범을 예정했지만 두 기관 간 임금 격차가 커 자칫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커졌다.

국토안전관리원은 2018년 3월 부산 해운대 공사장 추락사고, 같은 해 5·6월 평택 국제대교 붕괴사고와 세종시 주상복합건물 화재사고 등 잇따라 대형 건설공사 현장에 안전사고가 발생하자 정부가 건설공사 안전관리를 새롭게 하기 위해 출범하는 기관이다. 건설현장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건설관리공사와 완공 시설물의 유지관리 업무를 맡은 시설안전공단을 통합해 단일한 체계로 만드는 게 주요 내용이다. 국토안전관리원법이 5월20일 국회를 통과해 6월9일 공표됐다. 12월10일 시행일자에 맞춰 설립할 계획이다.

문제는 건설관리공사와 시설안전공단의 임금 격차다. 공단과 비교해 공사 노동자의 평균연봉은 직급별로 61.4~78.9%에 불과하다. 3급 노동자 기준으로 공단 노동자는 평균 8천529만8천원을 받지만, 공사 노동자는 6천733만2천원을 받는다. 이처럼 격차가 크다 보니 국토교통부는 공단 노동자의 평균 임금에 맞춰 공사 노동자의 직급을 한두단계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사 3급 노동자를 7천84만4천원을 받는 공단 4급 노동자 직급으로 내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임금에 따라 직급을 낮추면 연령과 근속연수의 불균형이 커진다. 공단 3급 노동자 평균 연령은 47.6세, 평균 근속연수는 16.7년이다. 반면 공사 3급 노동자 평균 연령은 53.1세, 평균 근속년수는 24년이다. 공사 3급 노동자가 공단과 통합하며 경력과 나이가 10년 이상 차이나는 공단 노동자와 같은 직급으로 묶이는 셈이다.

공사 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정상철 건설관리공사노조 위원장은 “임금 격차를 이유로 직급을 하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점진적으로 공사 노동자의 임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사 근무도 문제다. 법에 따라 국토안전관리원은 고양·김천·광주·춘천·청주에 권역별 지사를 설립할 전망이다.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공사 노동자들의 지사 배치가 유력하다. 그러나 이들의 지역정착을 위한 정주여건 개선이나 지원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노조는 이 같은 문제 해소를 촉구하며 12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정 위원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통합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실제 업무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임금 격차 해소나 정주여건 마련 등 현실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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