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가 12일 오전 서울 노원구 을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배송 도중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사망한 고 김원종 택배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하고 CJ대한통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고인의 아버지가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지난 8일 사망한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김아무개씨가 대리점 소장의 요구로 지난달에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2일 오전 서울 노원구 을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올해 들어 CJ대한통운에서만 5명의 택배노동자가 사망했다.

김씨는 지난달 대리점 소장의 요구로 동료들과 함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택배노동자 1만8천972명중 7천444명이 산재보험에 가입해 택배기사의 산재가입률은 40%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대책위는 입직신고가 되지 않아 통계에 포함하지 않은 택배업 종사자 5만여명을 고려할 경우 전체 택배노동자 산재보험 가입률은 15%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진경호 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고용노동부는 CJ대한통운 기사를 4천여명으로 보고 산재보험 가입률이 40%나 된다고 이야기한다”며 “하지만 다른 노동부 통계에는 CJ 택배기사를 1만8천명으로 보고 있어 정부는 산재보험 가입 비율 같은 불리한 통계에서는 인용을 달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김씨가 일하던 서울 강북터미널(서브터미널)에 분류인력이 투입되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김씨는 분류인력 아르바이트생 고용 분담비 40만원을 아끼려고 직접 분류작업에 참여했다. 해당 터미널에서는 택배기사 3명과 아르바이트생 2명이 분류작업을 했는데, 사측이 추석 물량 폭증에 대비해 추가로 투입한 인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 수석부위원장은 “김씨의 죽음은 택배노동자의 불안정 지위가 집약된 죽음”이라고 비판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사망 당일) 아침에 ‘오늘은 어제보다 더 늦는다’고 하고 밥 한 숟갈 떠먹고 나갔다”며 “아들의 죽음이 마지막이 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이날부터 2주간의 추모기간을 갖는다. 택배연대노조 전 조합원은 토요일인 17일·24일 배송을 중단한다. CJ대한통운이 과로사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배송 중단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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