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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의 적’인가
▲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지구 경제가 휘청거릴 때 베이징에서는 올림픽이 열렸다. 지금 경제학자들은 당시 글로벌 경제위기가 중국 경제, 특히 제조업의 힘으로 극복됐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가라앉는 미국과 떠오르는 중국을 뚜렷하게 대비시킴으로써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에서 반(反)중국 이데올로기를 대세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때부터 중국 내부의 분열을 부추길 목적으로 홍콩의 ‘자유’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대만의 ‘독립’이 서방 전략가들의 메뉴판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한·미·일 동맹 시도와 그 디딤돌로서 한·일 ‘위안부’ 문제의 해결, 사드(THAAD)의 남한 배치는 중국 문제와 맞물린 미국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다. 물론 북한에 대한 봉쇄와 위협도 그 배경에는 중국이 자리 잡고 있다.

프로이센의 군사사상가인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라고 했다. 전쟁을 정부의 의지를 실현하고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정치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다. 정치는 경제와 사회로부터 심대한 영향을 받고 또 역으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정치와 경제와 사회는 따로 존재하지 않고,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는 지체로 기능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에 대한 ‘부드러운’ 전쟁은 비주류 정치가인 트럼프의 머릿속에서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 아니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중국의 부상에 위협을 느낀 미국 주류 엘리트들이 정밀하게 엮어 놓은 시나리오 중 하나다. 오바마 행정부 때 미국 국방부가 인도양 전구와 태평양 전구를 통합시켜 인도·태평양 전구를 출범시킨 것이나, 아시아판 ‘나토(NATO)’를 목표로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미국·일본·호주·인도 외무장관 회의도 중국의 부상을 정치·군사적으로 억압하려는 미국 글로벌전략의 일부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미국이 주도하고 유럽이 협조해 이뤄진 ‘인도주의적 개입’의 결과는 참혹하다. 서방이 주도한 군사적 개입 결과 ‘독재’ 정권이 무너진 이라크·아프가니스탄·리비아·시리아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인권이 보장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현지 역사와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서 서구식 자유주의(liberalism)의 우월성에 세뇌당해 이뤄지는 인권과 민주주의 이념 수출은 독재 정권과 인권유린 국가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군사적 침략을 정당화했다. 그 참혹한 결과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바다.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처형된 다음 이라크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나라가 됐는가. 독재자 무하마드 카다피가 참수된 이후의 리비아는 어떤가. 독재자 카다피 시절 리비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선진적인 사회체계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노예 시장이 합법화돼 노예를 사고 파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유럽에서는 극우 정당들이 득세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유럽으로 밀려드는 이주자·피난민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시리아에서 내전이 일어나면서 피난민의 유럽 이주가 급증했는데, 부자 세습 독재정권 타도를 빌미로 시리아에서 내전을 부추겨 국제 전쟁으로 비화시킨 중요 책임이 유럽에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유럽 각국이 봉착하고 있는 피난민·이주민 급증과 이로 인한 극우 정치세력 성장과 민주주의 위기는 자업자득인 셈이다.

코로나19 전염병의 원인이 된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반과학적 주장 역시 동일한 맥락에 있다. 중국 우한이 처음으로 확인된 대규모 발생지인 것은 맞으나, 그렇다고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생겼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코로나19와 동종의 바이러스와 증세가 비슷한 폐질환이 보고된 바 있다. “바이러스는 동면하는 곰이나 뱀처럼 우리 곁에 조용히 있다가(dormant)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세계 도처에서 깨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사실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1차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 기온 상승을 1.5도 밑에서 막아 내지 못한다면 코로나20, 코로나21, 코로나22가 연달아 생길지도 모른다는 전망은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면서 내수를 중심으로 경제를 안정시키고 있는 중국과 비교할 때, 중국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국과 그 주요 동맹국들의 코로나19 방역 능력은 형편없다. 이달 10일 현재, 세계 확진자는 3천675만명에 달했고, 확인된 사망자만 106만명에 이르렀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38만명을 넘어섰다. 나라별로는 중국 때리기를 선도해 온 미국이 752만명, 미국과 더불어 인도·태평양 전구를 형성해 아시아판 나토 창설에 눈을 돌리고 있는 인도가 698만명, 트럼프 같은 극우 정치인이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남미를 다시 미국의 앞마당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브라질이 502만명으로 전 세계 확진자의 36%를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가운데 이들 세 나라가 차지하는 비율은 40%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 콜롬비아대 교수 제프리 삭스는 미국의 세기가 2차 대전에 참전한 1941년 시작돼 트럼프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2017년 1월에 끝났다고 본다. 미국이 여전히 군사적·경제적 강대국으로 남아 있지만, 세계 경제와 지정학을 이전처럼 지배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아메리카 국민주의와 미국 제일주의는 환경적 위협과 정치군사적 격변을 초래해 세계를 위험에 빠트린다. 따라서 미국 제일주의를 버리고 다자주의를 인정한 가운데 유엔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 갈 때 세계를 보다 공정하고 평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처방이다.

“중국을 전체주의 괴물로 보는 것은 게으른 자들의 분석”이라는 제프리 삭스는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 미국을 능가해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본다. 당연히 한국의 입장은 세계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컴백(comeback)을 현실에서 인정하는 다자주의적 국제질서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윤효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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