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지난 6일, 정부가 ‘필수노동자 보호를 위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사회기능 유지를 위해 핵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면노동자’의 안전 확보, 노동조건 개선 등에 관한 세부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차 대책에는 필수노동자에 대한 방역지도, 방역물품 지원, 산재보험 특례적용 직종 추가, 올해 말까지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 마련, 특수고용직·프리랜서 협동조합 설립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노동이 권장됐다. 하지만 재택근무·유연근무 등으로 근무형태를 변경할 수 있는 노동자는 부유한 국가나 상층의 노동자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비대면 노동은커녕 필수적 방역물품도 제공받지 못한 채 일해야 했던 운송·물류·보건·돌봄노동자들은, 미국 아마존의 물류센터 노동자에서부터 홍콩의 가사노동자에 이르기까지 감염 위험과 소득 상실이라는 이중고를 감내해야 했다. 우리 정부가 차용한 ‘필수노동자(essential worker)’라는 용어 자체가, 미국의 주 정부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식료품 서비스·공공운수 등 필수적 서비스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계속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노동법과 실업보험·단체협약 같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불안정 노동자이거나 유색인종이다. 미국의 노조운동은 이들의 안전한 노동환경과 노조 조직화를 위해 싸우고 있다.

우리 ‘필수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안전하지 않은 노동환경, 소득상실과 싸우고 있다. 38만명이 넘는 요양보호사, 3만명에 달하는 아이돌보미 같은 돌봄노동자들은 장기요양보험 등 공공의 재원으로 운영되는 돌봄서비스에 종사하면서도 사실상 호출·파견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개인이나 가정에서 서비스를 신청할 때에만 일할 수 있고, 대기시간이나 이동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가정에서 그만 와달라고 하면 하루아침에 일감이 없어지지만, 법적으로 ‘실업’으로 인정받지 못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도 없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물동량이 증가해 과로, 장시간노동이 문제로 부각된 택배기사 같은 화물운송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화물운송 노동자의 93%가 ‘지입차주’라고 불리는 특수고용 형태다. 운송기사의 업무가 아닌 분류작업을 강요당하고, 하루에도 5~6시간에 달하는 분류작업을 무보수로 해야 한다. 1주일에 70시간이 넘는 초장시간노동을 하면서도 최저시급에도 미달하는 소득을 얻는 원인은 이들이 노동법 적용에서 배제된 특수고용·위장자영인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필수노동자들을 진정으로 보호하려면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적정한 보수, 장시간노동 규제, 안전·건강에 대한 권리, 노동 3권 을보장을 해야 한다. 이것이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해 ‘ILO 100주년 선언’으로 발표한 노동의 미래이자, 코로나19 위기 대응 정책의 핵심이다.

지난달 29일, 미국 시애틀 시의회는 우버 등 플랫폼 운전기사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18년 말 미국 뉴욕시가 우버 운전기사에게 시간당 17.22달러의 최저임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한 데 이어, 근로자인지 여부에 다툼이 있는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한 것이다. 시애틀시는 이미 2015년 말에 플랫폼 운전기사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조례를 의결한 바 있다. 당시 시의회는 “플랫폼 운전자와 계약을 맺는 플랫폼기업은 그 계약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하며, 운전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운전자의 앱 계정을 일방적으로 정지시킬 수도 있다. 이처럼 운전자가 계약조건에 관해 전혀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현실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믿을 수 있고 안정되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만든다”고 일갈했다.

정부가 발표한 필수노동자 보호 대책에는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에 대한 노동법 적용도, 노조할 권리 보장도 포함돼 있지 않다. 특수고용 중 전속성이 강한 일부 직종에 산재보험·고용보험 특례적용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뿐이다.

필수노동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필수적 권리로의 노동기본권 보장이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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