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쿠팡 주식회사 본사에서 일하던 한 직원은 지난 8월14일 마지막으로 본사로 출근을 한 뒤, 줄곧 재택근무를 하다가 같은달 24일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알게 됐다. 쿠팡은 당일 즉시 본사에 출근한 전 직원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귀가조치를 명령한 다음, 같은달 26일까지 본사 건물을 폐쇄하고 밀접접촉자를 분류해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보건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다음 날인 27일 본사 건물을 다시 열었다. 위 직원은 이미 상당 기간 재택근무 중이었으며, 본사 전 직원들은 그 무렵 직원 절반 이상이 의무적으로 재택근무를 했다. 수도권 확산세가 거세지기 시작한 8월15일 이후부터 본사의 75% 이상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던 상황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수도권에서 무서운 확산세를 보이던 8월19일 쿠팡 본사 앞에는 작은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5월 직원 84명, 직원 가족과 추가 감염자 68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쿠팡 부천센터 집단감염 사태를 세상에 알리고, 회사에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당시 사업장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던 피해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재감염의 공포를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나섰다.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쿠팡 부천센터는 ‘쿠팡프레시’로 불리는 신선식품을 배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지상 7층 규모의 쿠팡 전용 건물이다. 하루 평균 1천300여명의 근로자들이 이곳에서 일했는데, 그중 98명의 관리직(정규직) 직원을 제외하고 936명은 쿠팡 하청업체 소속으로 3개월 단위의 단기 계약직 근로자였고, 나머지 300여명은 하루 단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였다. 하루 평균 쿠팡 부천센터에서 일하는 직원 중 93% 이상이 비정규 노동자였던 셈이다.

쿠팡은 지난 5월24일 부천센터 2층에서 일하던 비정규 노동자 중 복수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쿠팡은 같은날 오후 1시께 확진자가 발생한 2층 일부 작업장만 폐쇄한 뒤 2층과 엘리베이터 부분만 2~3시간 동안 소독하고, 당일 오후 5시부터 업무를 재개했다. 경기도 방역팀은 부천센터에 복수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듣고 오후 5시 무렵 부천센터에 도착했는데, 화사는 이미 업무를 재개한 상태였다. 2층 이외 공간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고, 당일 오후 5시에 출근한 오후조 근무자들도 출근하기 전까지 자신이 일하던 작업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듣지 못했다. 쿠팡은 같은날 오후 5시께 오후조 근무자들을 2층 작업장 복도에 ‘밀접 접촉’ 상태로 모이게 한 뒤, 회사가 임의로 선정한 밀접접촉자들을 호명한 뒤 이들만 조기 퇴근하고 2주간 자가격리할 것을 지시했다. 쿠팡은 그 외 직원들을 업무에 재투입했고, 회사에서 호명되지 않은 직원들은 그날 물량을 다 채우기 위해 새벽 2시까지 연장근무를 했다. 영업은 다음날 오후 7시까지 계속됐다. 쿠팡은 자가격리자의 결원을 채우기 위해 당일 추가 인력을 급하게 구하는 문자를 계속 발송해 일용직 근로자들을 추가로 모집했고, 일용직 근로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현장에 투입돼 자가격리자의 빈자리를 메웠다. 부천센터 비정규 노동자들은 5월26일 자정 무렵 ‘부천센터 근무자들은 무조건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긴급 재난문자를 받고, 그날 오전부터 무더기로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그런데도 쿠팡은 (방역당국이 부인하지만) 불특정 방역당국 담당자와 협의를 거쳐 3시간 만에 업무를 재개했으므로 위 조치가 반드시 위법한 것은 아니며, (사업장 폐쇄 후 이틀 뒤인 27일에도 안전모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돼 상황이 심각했지만) 방한복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으므로 쿠팡이 방역을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한 것이며, (비정규 노동자들이 14일간 자가격리 및 코로나19 감염 피해를 입었지만) ‘알바생’인 일용직 근로자에게 100만원의 지원금을 주며 ‘과도할 정도’의 선의를 베풀었다고 자평한 해명자료를 내놓으며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비정규 노동자들을 해고한 뒤 단순 계약종료 통보한 것일 뿐이라고 답변했다.

쿠팡은 배송품의 안전을 걱정했지만 코로나19 확진 이후 급성 심정지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았다. 쿠팡은 집단감염 사태 이후 고객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했지만, 사업장 내에서 일하다 코로나19에 확진된 근로자들에게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쿠팡 본사 정규직 직원들은 재택근무 상태에서 물류 공정을 관리했지만, 물류센터의 비정규 직원들은 감염에 노출된 사업장에서 자가격리자의 결원을 채우고 물량을 메워야만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기에 그 감염의 위험성은 만인에게 평등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본래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형태 미생물에 불과해 숙주인 인간에 기생하지 않고서는 몇 시간도 살기 어려워 인간이 만든 사회를 필연적으로 반영한다. 쿠팡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서 이 바이러스가 보여준 우리 사회 속 불평등의 민낯은 이렇게 잔인할 정도로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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