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대노조는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 신관 앞에서 청소노동자 병가 보장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임세웅 기자>
KBS 시설을 유지·관리하는 자회사인 KBS비즈니스 소속 청소노동자 김숙자(62)씨는 지난달 11일 저녁 침대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왼발 뒤꿈치가 골절됐다.

병원에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회사 관리자에게 진단서를 제출하고 병가를 요청했다. 그러자 “우리는 병가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는 남아 있는 9일의 연차를 모두 사용해 같은달 24일까지 쉬었다. 추석까지 쉬면 나을 것이라 생각해 회사에 “결근처리하고 일당을 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관리자는 “계산이 복잡하니 무조건 나오라”고 했다.

몸이 불편한 그는 택시를 타고 출근해야 했다.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 상태에서 청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일당만 깎으면 되는 계산이 뭐가 어렵냐고 생각했지만 잘릴까 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매해 1년 단위 계약을 하는 비정규 노동자로 6년 동안 일해 왔다.

김씨가 가입한 공공연대노조(위원장 직무대행 이영훈)는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KBS)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 노동자 병가 보장과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정진희 노조 서경지부 부지부장과 황의천 KBS비즈니스지회장·박유선 부지회장은 삭발까지 했다. 박 부지회장은 “우리도 엄연한 사람”이라며 눈물을 터뜨렸다.

이영훈 위원장 직무대행은 “아프면 쉬라는 게 코로나19 시대 정부가 시행하는 대책인데 정부 소유의 공영방송 KBS 노동자들이 아프면 쉴 권리를 얻기 위해 삭발까지 해야 하냐”며 “더 큰 문제가 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비즈니스지회는 쟁의행위를 준비하고 있다. 13일과 16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쟁의조정이 예정돼 있다.

노조는 “사측의 사과와 처우개선 합의가 없다면 단체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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