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 직원을 괴롭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업장 관리자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지역본부장을 상대로 진정을 접수했다. <정소희 기자>
장애인 표준사업장 인증을 받은 한 게임업체 사업장에서 직장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졌다. 피해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피해자측은 지난해 사측과 해당 문제로 여러 번 논의를 한 만큼 본사가 괴롭힘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5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게임업체 ㈜웹젠의 자회사인 ㈜웹젠드림에서 일어난 장애인 괴롭힘 사례를 고발했다. 추진연대와 피해자 A씨 아버지는 이날 웹젠드림 대표이사·관리팀장·매니저(2명)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지역본부장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관리자 “너 때문에 수명 줄어” “꼴 보기 싫다” 폭언

웹젠드림은 웹젠이 지분 100% 출자한 자회사로 사내 카페를 운영한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이 제도는 출자지분이 50%를 넘고 직원의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자회사를 운영하면 모회사에서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웹젠이 장애인을 고용했다고 인정한다는 뜻이다. 표준사업장으로 선정되면 2년간 법인세나 소득세를 전액 감면받고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웹젠드림은 지난해 3월 중증발달장애인 1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했고, 두 달 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장애인 표준사업장 인증을 받았다. 사측은 당시 “직무개발과 더불어 장애인 고용을 늘려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사실을 홍보했다.

하지만 고용된 노동자들은 입사 초기부터 괴롭힘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관리자가 모두에게 일상적인 폭언을 일삼고 괴롭혔다는 것이다.

인권위 진정서에는 관리자의 폭언을 기록한 녹취록과 메신저 대화 내용이 담겼다. 관리자들은 고용된 장애인 노동자에게 “나이를 어디로 먹었냐” “그렇게 일할 거면 아빠와 집에 붙어 있어라” “너 때문에 수명이 줄어든다”와 같은 폭언을 내뱉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난 2월부터는 오전·오후조로 나뉜 근무시간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오전 10시에 음료 제조 방법을 묻는 시험을 강요했다. 15분 동안 음료 제조 방법 9문항을 서술하게 하고 답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연차휴가 사용을 문의하면 “게으르게 연차를 쓰냐”고 답하거나 휴가를 쓰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을 대표해 진정을 제기한 A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다른 직원의 부모가 본사 인사팀장을 만났으나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며 “본사 대표는 면담 요청을 매번 거절해 피해자를 방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웹젠측은 이날 <매일노동뉴스>에 “사안에 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공단이 표준사업장 관리·감독해야”

피진정인에는 공단 경기지역본부장도 포함됐다. 피해자측은 공단이 표준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A씨의 아버지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관리자나 사업장에 대한 규정과 제도가 없다”며 “국가 지원을 많이 받는 표준사업장에 부모와 회사·노동자를 포함한 운영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단쪽은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인증하면 분기마다 고용인원 현황과 장애인 인권침해 사례를 확인한다”며 “공단이 관리 권한은 있지만 감독권한은 없는 데다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하지 않으면 피해 사례를 모두 알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후속조치에 관해서는 “관할 지사가 조사 후 사업장에 장애인권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피해 사례가 여러 건 접수될 경우 시정명령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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