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체불이어서 추석 명절이라 해도 받기 힘들 것 같아요. 다달이 차량 할부금에 기름값이랑 차량수리비도 내 돈으로 내야 하는데, 특수고용직인 건설기계 노동자들에게 임금체불은 죽음과도 같아요.”

24일 건설노조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코로나19 경제위기에 설상가상으로 추석을 앞두고 임금체불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조가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노조 건설기계 지역별 지회장 중 72명을 대상으로 임금체불 실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55.9%가 “현재 임금체불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악성 체불이라 추석 명절에도 받기 힘들다”고 답한 이들은 80.5%나 됐다.

노조는 “임금체불의 직접적 원인은 건설사 부도나 재정악화·분쟁이지만, 건설사가 건설기계 지급보증 제도만 지켰어도 체불을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산업기본법 68조의3(건설기계 대여대금 지급보증)에 따르면 건설사는 건설기계 대여대금을 보증하는 보증서를 공제조합에서 발급받아 착공일 이전까지 발주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노조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보증서를 발급받지 않았거나 일부만 받는 경우가 많다. 조사에서 임금체불이 악성으로 진행되는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중복 응답 가능)으로도 건설기계 지급 보증 미가입과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가 각각 55.1%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법·제도는 현장에선 휴지 조각”이라며 “건설기계 대여대금은 떼먹어도 된다는 식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임금체불 근절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일했으니까 돈을 달라는 기본적이고 소박한 요구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현장 노동자들은 국민도 아닌가 하는 소외감을 갖게 될 것”이라며 “법을 지키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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