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유니온은 23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실태와 시사점’ 토론회를 열었다. <임세웅 기자>

# 근로계약서 미작성 95.5%, 월평균 임금 100만원 미만이 47.6%,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 89.9%.(2017년 여성노조 조사)

# 근로계약서 미작성 96.4%, 월 평균 임금 97만2천400원, 평균 노동시간 11시간30분.(2020년 청년유니온 조사)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의 노동조건은 3년간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2017년 여성노조와 2020년 청년유니온이 각각 진행한 패션스타일리스트 노동실태 조사보고서에서는 의미 있는 차이점이 없다.<본지 2020년 7월7일자 2면 ‘시급 3천989원짜리 24시간 대기조 스타일리스트 보조’ 참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청년유니온이 23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소셜팩토리에서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실태와 시사점’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패션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의 불합리한 노동환경이 열정 노동으로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저임금 받아도 “헤어나오지 못해”

최태섭 문화평론가는 어시스턴트들의 노동환경이 불합리한 이유는 업계가 열정노동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평론가는 “일과 취미가 구분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은 노동자 정체성이 없어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지 못했다”며 “자본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듦과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네가 아니더라도 열정이 가득한 지원자들은 많다’는 논리로 자발성을 암묵적으로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유니온의 어시스턴트 심층인터뷰 내용을 보면, 4년 경력에 월급 120만원을 받고 있는 A(24)씨는 “제과제빵 일을 해 보려고 자격증 준비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는데 이 일이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4년 경력이지만 월급이 100만원인 B(24)씨도 “옛날에 어떤 실장님이 ‘여기 한번 발 담그면 못 헤어나온다’고 했는데, (정말로) 현장 한 번 나오면 맛을 못 잊는다”고 했다. 5년6개월 경력에 월급 150만원을 받고 있는 C(27)씨는 “지금 그만 두면 뭐하나,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U처럼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토론회에서는 해법으로 2019년 유럽연합(EU)이 발표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근로조건에 관한 지침’이 제시됐다. 모든 노동에 대한 최소기준을 만들어 정부·사업체와 협의하는 방안이다. 지침은 플랫폼노동을 포함해 새로운 고용형태 종사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모든 유형의 노무제공자가 가지는 권리를 제시했다. 모든 노동자는 서면으로 된 근로조건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의무적 훈련을 무료로 받을 권리 등을 가진다는 게 지침의 핵심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어시스턴트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유니온에서 모든 노동에 대한 최소 기준을 만들어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에게 제시해 협의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어시스턴트는 실장으로부터 지시와 감독 등을 받고, 휴일도 거의 없이 11시간이 넘는 노동을 하는 등 전속성이 분명한 영역”이라며 “근로감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 전에는 청년유니온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지부 준비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지부 설립은 어시트턴트가 일하는 사업장이 휴게시간과 최저임금을 보장받는 일터가 되는 출발점”이라며 “많은 어시분들의 힘이 모아지면 변화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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