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교육부가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혁신 지원을 위해 대학 원격수업 규제를 없애겠다고 발표하자 대학 구성원들의 교육 질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22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졸속적인 대학 원격강의 확대 정책을 철회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공대위에는 대학노조·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조지부·전교조·교수노조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9일 열린 15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총 학점의 20% 수준으로 개설학점과 이수가능학점을 제한한 원격수업 운영 규제를 모두 풀고, 대학의 온라인 학위과정 운영을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학생들은 반대의견을 밝혔다. 신정욱 대학원생노조지부장은 “대학교육이라는 판을 흔드는 정책이 대학 총장단과 밀실합의로 졸속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김건수 대학민주화를위한대학생연석회의 집행위원장은 “온라인 강의 확대 목적이 교육 혁신이 아니라 구조조정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학의 비용 감축”이라며 “교육부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허울 좋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지난 7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고등교육 변화와 혁신 지원’을 위한 정책과제를 제안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의 의견을 수렴했다. 8월10일부터 2주 동안 대학생 2만8천418명과 대학교원 2천881명을 대상으로 ‘일반대학 대학생·교원 대상 1학기 원격수업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오프라인 현장 강의와 원격강의 중 무엇이 더 바람직한지는 묻지 않았다.

공대위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상황에서 비대면 원격강의의 불가피성과 원격교육의 질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이후 대학 수업이 원격 수업방식으로 장기화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박정원 교수노조 위원장은 “원격수업 제한을 풀고 학위까지 딸 수 있게 하는, 대학을 합법적으로 영리기구화하는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정환 민교협 교육학술위원장은 “(원격수업을) 수업의 질이 낮아지고, 교수·강사 노동의 질도 형편없이 낮아진다”고 비판했고, 김용섭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교육부는 전면철회하든지 당사자와 대화를 통해 새롭게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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