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와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려 숨진 협력업체 노동자가 사망 7년 만에 법원에서 산재를 인정받았다.

21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폐암으로 숨진 노동자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A씨의 폐암을 지난 11일 업무상질병으로 판단했다. A씨는 2000년 노광기 장비 협력업체에 입사해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4년반,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7년 동안 일했다. 2012년 폐암에 걸려 이듬해 만 38세 나이로 숨졌다. 노광기는 빛을 이용해 반도체나 LCD 등의 유리기판에 회로를 그리는 기계다.

법원은 A씨의 죽음과 업무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도체·LCD 포토공정에서는 전리방사선·벤젠·니켈·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노광기 설치·유지보수시 상황에 따라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A씨가 흡연력이 있지만, 기존 질환이나 가족력이 없고 폐암이 급격하게 진행된 점 등을 고려하면 업무상 유해요인이 흡연과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불승인 판단 근거로 삼은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대해서는 “A씨의 당시 상황(노동환경)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어 그것만으로는 노출 수준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반올림은 “그동안 LCD 공장에서 폐암 발생 가능성이 잘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공단의 산재 불승인 판정을 뒤집는 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며 “피해자와 유족에게 긴 시간 법정 다툼이 강요되지 않으려면 공단은 더욱 법원 판결 취지를 반영하는 판정을 해야 하고 정부와 국회는 산재판정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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