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계 AXA금융보험그룹이 소유한 국내 악사손해보험㈜이 매각설에 휩싸였다. AXA그룹이 아시아시장 재편에 나서면서 매각 대상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악사손보쪽은 매각설 자체를 부정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협약 체결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인수설 배경은 AXA그룹의 해외투자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다. AXA 본사는 2018년 버뮤다에 소재한 XL손보를 16조원을 들여 인수했다. AXA그룹은 그러나 XL손보 인수 뒤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해 어려움이 커지면서 아시아시장 재편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시아시장을 핵심역량 중심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AXA그룹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사업 매각 작업에도 착수했다.

악사손보 매각은 빠르게 진척되는 양상이다. 삼정KPMG가 매각주관사로 선정됐고, 18일 예비입찰을 실시한다. 신한금융지주와 카카오페이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악사손보는 비상장회사로, AXA그룹이 지주사 AXA.S.A.를 통해 지분 99.71%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전량 매각할 경우 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XA그룹은 여기에 증자까지 감행해 약 4천억원대의 매각대금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사손보쪽은 이 같은 상황을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악사손보 관계자는 “AXA그룹 방침상 인수합병 등 경영상 결정에 대해 악사손보에 어떠한 언질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AXA그룹의 XL손보 인수와 아시아시장 재검토 방침은 인정했지만, 이로 인해 악사손보를 매각하는 결정까지 내렸는지는 전달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매각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매각 후 구조조정을 염려한 노동자의 고용안정협약 체결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고영장 사무금융노조 악사손보지부장은 “매각 사실이 없으므로 고용안정협약 체결도 불필요하다는 게 회사쪽 입장”이라며 “예비입찰일까지 지정됐고 구체적인 인수후보까지 물망에 오르내리는 상황인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부는 이번 악사손보 매각에 사모펀드가 참가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 지부장은 “앞서도 손보업계를 사모펀드가 인수한 사례가 있는데 사회보장제도인 보험의 공적 기능을 고려하면 재매각을 전제로 이윤을 추구하는 약탈자본에 매각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며 “지부 요구는 매각 반대가 아니라 매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노동자와 대화를 하고,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해 매각 뒤 고용을 승계하고 구조조정을 방지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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