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전면거부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택배노동자들이 추석 물량 폭증에 따른 업무 과중을 우려해 21일부터 분류작업을 거부하기로 했다. 5만명으로 추산되는 택배노동자 중 4천2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어서 배송에 적지 않은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70여개 시민·사회·노동단체로 구성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임금이 계산되지 않아 ‘공짜노동’으로 불리는 분류작업은 배달지역 터미널에 도착한 물량을 택배노동자가 담당 구역 별로 나눠 차에 싣는 작업이다. 대책위 조사에 따르면 분류작업은 평균적으로 하루 업무시간의 43%를 차지해 택배노동자 과로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책위는 택배사에 “16일까지 분류작업에 추석대비 추가인력 투입방안을 밝히지 않으면 분류작업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상반기에 택배노동자가 연이어 과로사로 사망하면서, 국토교통부와 문재인 대통령도 인력투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년 추석에 비해 물량이 50% 이상 증가할 것이 예측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배사들은 이날까지도 인력투입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대책위는 지난 14일부터 3일간 택배연대노조(위원장 김태완) 조합원 등을 대상으로 분류작업 거부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택배업계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는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우체국물류지원단 택배기사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비조합원을 포함한 4천399명의 택배노동자 중 95.47%가 분류작업 거부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택배노동자들은 21일부터 분류작업을 하지 않는다. 배송은 진행한다. 울산의 경우 주요 택배사 조합원이 몰려 있어 배송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책위에 참여하는 전국택배노조는 이달 초부터 CJ대한통운 익산·정읍지역 지점 등에서 자체적으로 분류 거부에 들어간 상태다.

대책위 집행위원장인 진경호 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택배물량 축소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택배노동자의 가장 약한 고리인 수수료 문제를 건드려 (우리의) 입을 닫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한진택배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물류 배송에 차질이 없도록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한국통합물류협회와 긴밀하게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정사업본부·택배연대노조와 함께 분류작업 문제 개선을 위해 3자 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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