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청년·시민단체와 정의당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3연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재 기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KB금융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됐다.

16일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윤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놓고 저울질한 결과 윤 회장을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이 최근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는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우량 계열사를 확보한 것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25일까지 최종 후보자 자격심사를 한 뒤 11월2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윤 회장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3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6년간 황제경영하며 금융 공공성 훼손”

윤 회장은 KB금융 안팎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연임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지속해서 KB금융 노동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선임 과정이 모두 비공개로 이뤄져 윤 회장의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윤 회장이 2연임에 성공한 지난 6년간 황제경영을 하면서 금융 공공성을 훼손하고 이익추구에만 몰두했다”고 비판했다.

회장추천위는 ‘요식행위’라는 지적을 받는다. 회장추천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를 모두 윤 회장이 직접 관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선임하기 때문이다. 우호적인 사외이사 등을 동원해 3연임을 확정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 같은 관행은 다른 금융지주회사도 마찬가지여서 정부는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회장이 직접 참여하거나 의견을 내지 못하도록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회장추천위 과정에서 윤 회장의 채용비리 연루 전적이 전혀 거론되지 않는 등 윤 회장을 내정하고 절차를 진행했다는 의혹도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최근 시대적 화두인 공정성을 완전히 외면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서류전형 ‘최하’ 윤 회장 증손녀, 2차 면접에선 ‘최고’

윤 회장은 2018년 검찰수사 과정에서 증손녀의 KB국민은행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받았다. 윤 회장의 증손녀는 윤 회장이 회장직과 KB국민은행장직을 겸하던 2015년 KB국민은행에 입사했다. 채용 과정에서 응시자 840명 중 서류전형에서 813등을, 1차 면접자 300명 중 273등을 했다. 사실상 최하점수를 받았지만 2차 면접 명단에 포함돼 120명 중 최고 점수를 받아 4등으로 입사했다. 이 과정에서 윤 회장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나왔으나 검찰은 공모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김 상임대표는 “윤 회장이 직접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증손녀가 입사한 것은 기정사실이고, 이 과정에서 일부 관리자가 윤 회장의 눈치를 봐 높은 점수를 줬다면 명백한 문제”라며 “시대적 화두인 공정성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나, 회장추천위가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거나 묵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정의연대와 민달팽이유니온·청년참여연대 등 금융·청년단체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본수 앞에서 기자회견을 윤 회장 3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윤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전달하려 시도했으나 KB금융이 수령을 거부해 무산됐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후보는 “채용비리가 발생하면 관계자가 책임을 지는 게 순리인데 공익적 가치를 더욱 준수해야 할 KB금융은 이를 도외시하고 있다”며 “채용비리로 일자리를 얻지 못한 피해자의 눈물이 깊어지는 사이 윤 회장 본인이 다시 차기 회장 후보로 등장한 것은 정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부는 국민은행과 외국인 등 대주주를 설득해 11월20일 임시주총에서 연임을 저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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