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지난 3일 대법원은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2013년 노동부가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한 지 7년 만의 일이다.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통보 사건은 3가지 쟁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쟁점은 법외노조 통보가 법적 근거가 있느냐 하는 것이고, 두 번째 쟁점은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한 것이 법외노조 통보의 사유가 되느냐 하는 것이며, 세 번째 쟁점은 9명의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이유로 노조의 지위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느냐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3가지 쟁점에 대해 모두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다.

첫 번째 쟁점.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법적 근거가 있느냐’는 쟁점에 대해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데, 법외노조 통보는 국민의 단결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임에도 법률에 아무런 규정이 없고, 오로지 시행령에만 규정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률의 근거 없이 법외노조 통보를 규정하고 있는 시행령은 무효이고, 이처럼 무효인 시행령에 기초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 다수의견의 요지다.

다음으로 두 번째 쟁점.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한 것이 법외노조 통보의 사유가 되느냐’는 쟁점에 대하여 대법원은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한 것은 법외노조 통보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임금에 의해 생활하며 단결권 등 노동 3권을 보장해 줄 필요성이 있는 자를 노조법상 노조를 만들 수 있는 근로자로 정의하고 있는데, 해고자는 일시적 실업자 또는 구직자로서 장차 임금에 의해 생활하고자 하고 단결권 등을 보장해 줄 필요성이 있는 자이므로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금지하고, 이를 허용할 경우 노조가 아니라고 봐 법외노조 통보를 하는 것은 우리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쟁점. ‘해고자 9명의 노조가입을 허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노조의 지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과연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느냐’는 쟁점에 대해 대법원은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해고자를 노동조합에서 배제하는 것은 세계 보편적 기준에 반하고, 현재 교원노조가 기업별노조가 아닌 산업별·직종별노조의 성격을 가지는 점을 고려하면,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것이 노동조합의 본질을 훼손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안철상 대법관의 별개의견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세 가지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첫째, 이번 판결을 통해 행정관청이 임의로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할 수 있는 법외노조통보제도는 노동법 역사에서 사라지게 됐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법률에서 삭제됐으나 이듬해인 88년 노태우 정부에 의해 부활된 법외노조통보제도는 3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둘째, 이번 판결을 통해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노조법 및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규정은 조만간 개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과거 기업별노조 시절의 유물로서 오늘날 더 이상 정당성을 가지기 어려운 해고자 노조가입 금지 규정은 이를 개정하기로 한 98년 노사정 합의 이후 20여년 만에 법률에서 삭제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판결을 통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비준 역시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ILO 191개 회원국 가운데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와 관련한 4개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중국·한국·브루나이·마셜제도·팔라우·통가·투발루 단 7개국에 불과하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인 셈이다.

과거 우리 사회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교사는 노동자인가, 교사는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가.’ 그러나 이제는 그 누구도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 답이 너무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2013년 우리 사회는 또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해직된 교사는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가. 해직교사의 노조가입을 이유로 행정관청은 노조의 지위를 부인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우리는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질문 또한 그 답이 자명해지는 시간이 온다는 것이며, 그렇게 역사는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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