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섬식품노조 위메프지회가 15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카페테리아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에 노조가 설립됐다. 위메프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일부 직원들을 전환배치해 내부 반발을 샀다. IT기업의 노조하기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직원 동의 없이 이뤄진 전환배치·복지제도 축소”

15일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IT위원회는 노조 위메프지회(지회장 박성규)가 최근 설립됐다고 밝혔다. 위메프는 2010년 설립된 기업으로, 쿠팡·티몬 등과 함께 대표적인 소셜커머스 업체로 꼽힌다. 소셜커머스는 SNS를 활용한 전자상거래의 일종이다. 일정 수 이상의 구매자가 모이면 파격적인 할인가로 상품을 판매한다. 위메프는 직원 1천800명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동종업계에 비해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사업이 성장 발판을 마련했음에도 위메프는 오히려 이용자수가 줄어들기도 했다.

그런데 지회는 위메프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해 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각종 복지제도를 축소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 6월에는 1인당 연간 50만원까지 쓸 수 있는 복지포인트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회사 매출을 올려야 주는 적립 혜택을 늘렸다. 육아지원금 복지제도도 축소했다. 직원들에게 제공하던 할인쿠폰도 없앴다. 박성규 지회장은 “회사는 합당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고 직원 동의 절차도 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높은 업무 강도와 위계적인 기업문화도 도마에 올랐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바뀌는 업무지시, 숨 돌릴 틈 없는 촉박한 업무 일정, 구체적인 계획 없이 전달되는 업무, 퇴근 뒤에도 24시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메신저를 통해 내려지는 상사의 업무지시, 위계적 업무전달 방식”으로 직원들을 옥좼다는 비판이다. 박 지회장은 “파트너사마다 행사 조건이 시시각각 변해서 지시가 촉박하게 내려오기도 하는 등 업무가 빡빡하게 이뤄진다”며 “업무시간 외에도 SNS로 업무지시를 받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무 특성상 그럴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동의나 양해를 구하고 진행되는 것이 건전한 조직문화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IT업계 노조설립 바람 확산 중

일방적인 전환배치도 문제로 지적됐다. 위메프는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신규사업팀을 신설하고 일부 상품기획자(MD)를 해당 팀으로 보냈다. 신규사업팀은 전화를 통해 신규 입점 영업을 하는 조직이었다. 상품 기획과 마케팅을 주로 해 왔던 일부 MD들에겐 신규사업팀 이동이 경력 관리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 지회 입장이다. 지회는 “회사는 저성과자 위주라고는 하지만 어떤 기준과 측정 기간을 지표로 배치한 것인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며 “직원이 안정감을 가지고 회사를 다닐 수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지회는 수직적인 조직문화 탓에 그동안 이 같은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했다. 박 지회장은 “작은 목소리라도 회사측에 잘 전달해 즐겁고 수평적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위메프지회 설립으로 노조 산하에 IT계열 지회는 5개가 됐다. 노조에는 2018년 네이버지회를 시작으로 넥슨·스마일게이트·카카오를 비롯한 IT계열 지회들이 출범했다. 노조 IT위원회에 이들 지회가 속해 있다. 이날 IT위원회는 지지선언문에서 “위메프 노조의 첫 발걸음을 환영한다”며 “함께하는 친구로서 그 용기를 응원한다. 서로의 울타리가 되자”고 전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