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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보지 말자, 희망하지 않는 희망퇴직아조국현 공인노무사(한국민주제약노조)
▲ 조국현 공인노무사(한국민주제약노조)

올해 8월께 퇴근 시간 즈음 휴대전화가 울렸다.

“강동으로 넘어와”라는 짧은 한마디에 통화는 끝났다.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지하철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왔던 희망퇴직, 올해도 어김없이 또 찾아왔다.

머지않아 “A제약사, B제약사 C약품 인수”란 제목의 기사들이 나온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던 의약품 매각설에 대해 대표이사는 모르쇠로 소문을 일축했다. 하지만 기사가 난 바로 다음 날 ‘재빠르게’ 매각된 의약품을 담당하던 노동자 약 70여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제약사, 특히 다국적 제약사는 의약품을 매각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주로 계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의약품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회사는 거의 예외 없이 해당 의약품을 담당하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의약품을 처분했기에 더 이상 담당하던 노동자들은 필요하지 않으니 나가라는 식이다. 또 다른 방식은 법인합병과 분할이 있지만 합병 후 전문화를 위한 의약품 매각, 분할 후 특허만료된 의약품 매각처럼 약간의 차이는 있어도 희망퇴직으로 이어지는 것은 일반적인 수순이다. 이후 절차는 불 보듯 뻔하다. 희망퇴직 대상 노동자들을 일대일 미팅으로 살살 어르고 달래기도 하고, 반 협박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하게 만든다. 회사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자들에게는 금전보상이, 회사를 사랑(?)해 남겠다고 하는 자들에게는 쓰디쓴 대기발령·휴업·지원부서 배치발령이 주어진다.

이런 제약사의 무책임한 의약품 매각·희망퇴직을 제한할 수 있는 관련법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영업양도와 관련해 “영업목적에 의해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물적 동일성을 유지한 채 기존의 사업을 동일하게 지속하는지 여부로 영업양도 해당여부를 판단하고, 영업양도의 효과로 고용승계 등이 발생한다”는 판례(대법원 2002. 3. 29. 2000두8455)는 있다. 하지만 인적 동일성이 영업양도 요건이면서 효과라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순환논리식 내용이다. 이 모순이 3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회사는 대법원이 열어준 ‘인적 동일성 배제’라는 퇴로로 유유히 빠져나간다.

한편 2018년 벌어진 ‘발사르탄’ 사태로 의약품 난립을 막기 위해 올해 2월 보건복지부는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보건복지부 고시 2020-51호, 2020. 02. 28.)을 통해 2012년 폐지했던 ‘계단식 약가제도’를 올해 7월부터 부활시켰다. 희망퇴직을 막기 위한 취지는 아니었지만, 어찌됐던 제약사들의 무책임한 의약품 매각에는 제동이 걸렸다. 실제로 한 매체가 게재한 기사를 살펴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 허가를 받은 의약품 품목은 571품목에 달했으나 6월 205품목, 7월 218품목으로 기존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낮아졌고, 8월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시 한 번 절반 수준인 103품목으로 줄어들었다. 전년 동기 435품목 대비 76.3% 감소한 수치다”라고 보도했다. 제네릭(신약으로 개발한 약이 특허기간이 만료돼 동일성분으로 다른 회사에서 생산하는 약) 개발뿐만 아니라 의약품 매각에도 제한이 생겼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이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는 자산매각·희망퇴직·법인분할을 규제하는 법률은 없다. 노동자를 상품에 수반된 것으로 치부하고, 경영권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의 자기결정권과 직업선택의 자유가 유린되는 상황은 비단 제약 산업에만 한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영업양도(사업이전)·희망퇴직·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한 노동자의 거부권 내지 동의권, 고용승계 후 고용보장과 양도·양수회사의 연대책임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나아가 “우리 헌법상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직장존속보장청구권을 인정할 근거는 없으므로 근로관계의 당연승계를 보장하는 입법을 반드시 해야 할 헌법상의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헌재 2002. 11. 28. 2001헌바50)는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입장변화 또한 필요하다.

다시 돌아가, 처음 언급한 제약사 사례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또한 곧 의약품 매각 혹은 회사 전체 매각이 진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제약사들이 여러 곳이다. 조합원들은 오늘도 복직을 위해, 고용안정을 위해 투쟁을 이어간다. 다시는 보지 말자, 희망하지 않는 희망퇴직아.

조국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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