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

“이 사건 사용자의 재심신청을 기각한다.”

지난 7월31일 중앙노동위원회가 내린 판정이다. 중노위는 올해 5월6일 있었던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판정을 유지했다. 충남지노위는 사용자가 노동자를 지난 2월12일 부당전보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되돌리라고 했다. 판정 취지만 보면 흔한 노동사건이다. 그런데 이 사건 사용자가 국방부와 그 예하부대이고, 피해 노동자가 공무직 노동자라는 점에서 직장내 괴롭힘 정도가 달랐다. 외부감시의 눈길이 미치기 어려운 군부대라는 특수성 탓이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계룡대근무지원단의 예하부대인 자운대근무지원단이다. 자운대지원단은 자운대에 주둔하는 17개 부대의 근무지원을 통합 수행하는 연대급 부대다. 단장은 공군사관학교 38기 강아무개 대령으로, 단장 아래 150여명의 군인이 소속돼 있다. 공무직 노동자는 이 사건 피해자 2명을 비롯해 16명이 일한다. 주로 복지시설 ‘레스텔’을 관리한다.

지난 2월6일 자운대지원단은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공무직 노동자 A씨와 B씨를 부당전보했다. 행정직으로 복지업무를 하던 A씨는 돌연 프런트업무를 맡아 현장직으로 변경됐고, 재정업무만 맡았던 B씨는 A씨 업무를 떠안았다. 이들의 소속과 근무지도 모두 부대 내 복지과에서 부대 밖 레스텔로 변경됐다.

자운대지원단은 A씨와 B씨의 전보 사유를 당초 인원 감소라고 주장했다. 레스텔 프런트를 담당한 공무직 노동자 1명이 퇴사해 결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충남지노위 초심 과정에서 돌연 ‘복지시설의 적자’로 바뀐다. 약 5억원의 적자가 발생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었다는 이유를 댔다. 충남지노위와 중노위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자를 전보해 5억원의 적자를 메운다는 설명은 상식적으로도 들어맞지 않는다.

A·B씨 ‘부대 내 괴롭힘’ 민원 제기하자 전보
자운대지원단 “적자 메우려 전보, 괴롭힘 사건과 무관”


피해자들은 다른 배경이 있다고 주장한다. 부당전보에 앞서 지난해 발생한 부대 내 괴롭힘 사건이다. 부대 내 관리자인 예비역 부사관 출신 C씨가 A씨와 B씨를 음해하는 내용의 문건을 만들어 상부에 제출했고, 이에 대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자 전보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자운대지원단의 재심신청서와 중노위의 재심판정서를 보면 이런 상황이 비교적 상세히 기록돼 있다. 두 문건에 따르면 C씨는 지난해 12월께 다른 노동자들에게 A·B씨에게 받은 피해사실을 자료로 제출받아 확인서를 만들었다. 이를 노동자들에게 읽어 보도록 한 뒤 동의를 받아 12월2일 자운대지원단에 전달했다. 확인서에는 A·B씨가 2018년께 동료 노동자들의 복장을 지적하거나, 객실배정 또는 입금 같은 복지지설 레스텔 업무수행 중 발생한 실수를 지적한 사항이 담겼다.

A·B씨는 노동위에서 부당전보를 다툴 당시 이 확인서가 C씨의 강압에 의해 작성된 것이고, 이에 대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자 전보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C씨쪽은 다른 노동자들이 A·B씨가 괴롭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 관련 자료를 수집해 제출했다며 이번 부당전보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조사가 있었지만 서둘러 마무리됐다. 자운대지원단 상급부대인 계룡대지원단은 A·B씨의 민원에 따라 감찰을 진행했으나 확인서는 강요에 의해 작성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석연치 않은 대목은 있다. 계룡대지원단 정훈공보실은 “해당 감찰은 아직 종료되지 않아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감찰 종료 사실을 다시 확인하려 했으나 “더는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사건 조사를 하고 있다.

A·B씨 변호인은 C씨가 확인서 작성을 사실상 강요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C씨가 하는 업무가 복지시설관리 및 공무직 노동자 통제이기 때문이다. 변호인쪽은 “프런트주임·시설주임 등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권한을 갖고 있으며, 해당 확인서에 동의를 요구할 때 공무직 노동자가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C씨는 전보명령을 주도한 인물”이라며 “현역군인·군무원이 아님에도 전보명령을 위한 인사위원회 구성시 자문역으로 인사위에 참여할 정도로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A·B씨에게 적대적 감정을 갖고 확인서를 작성했을 뿐 아니라, 전보명령을 주도했다는 주장이다. C씨는 또 이 확인서가 사실이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다시 노동당국에 제출하면서 A·B씨를 “사회생활의 예의도 모르는 암적인 존재”라고 표현했다.

지노위 심판 중 근무평정 이유로 ‘경고’ 처분
A·B씨 “수년 전부터 일기장 뺏고 공개 망신도”


A·B씨가 받은 부대 내 괴롭힘은 확인서 외에도 더 있다. 이 사건보다 훨씬 앞선 2016년 A씨는 부대 내에서 일기장을 강제로 빼앗기고 협박을 당했다. 당시 부대 관리자들은 A씨 일기장을 강제로 빼앗아 읽은 뒤 본인들에 대한 내용이 기입된 사실을 확인하고 “왜 작성했냐” “신고하려고 그러는 거냐” “객실 청소하실래요?” “퇴사하실래요?” 등 발언으로 수치심과 모멸감을 줬다고 변호인쪽은 주장했다.

부대 관리자는 또 2017년 건물 내외부 CCTV를 사적으로 열람해 A·B씨의 이동 장면을 캡처한 뒤 지각이라며 징계를 건의하기도 했다.

자운대지원단은 충남지노위 심판이 진행 중이던 와중에도 A·B씨에게 징계와 괴롭힘을 지속했다. A씨는 5월14일 징계사유가 전혀 적시되지 않은 징계위원회 출석을 강요받았고, 5월20일에는 근무평정이 낮다며 경고 처분을 받기도 했다. A·B씨가 충남지노위와 중노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운대지원단은 C씨가 작성한 참고자료를 토대로 1·2차 근무평정을 정성적으로 실시해 A씨에게 낮은 평가를 줬다. 이후 충남지노위 심판 진행 중에 A씨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변호인쪽은 징계위원회가 충남지노위 심판 진행 중에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괴롭힘’이라고 주장했다. A씨의 근무평정은 A씨에게 적대적 감정이 있는 관리자 C씨가 작성한 참고자료를 토대로 자운대지원단 간부들이 1·2차 평정을 정성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평가가 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한 근무평정 결과가 객관적 징계사유로서 타당한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B씨도 4월23일 복지장교에게 불려가 1시간 동안 업무관련 질문을 하면서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변호인쪽은 당시 복지장교가 “나는 B씨를 언제든지 사무실로 오라 가라 불러올릴 수 있다. 이런 지시를 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고 “아이 씨, 진짜 짜증나네”라고 화를 내며 사무실을 나가 버려 모멸감을 줬다고 주장했다.

재정·복지 담당 A·B씨, 지휘부와 충돌 잦아
군 관계자 “공무직, 부대 전횡에 제동 걸다 관두기도”


부대는 왜 A·B씨를 부당전보해야 했을까.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자운대지원단 내에서 재정·복지업무를 주로 담당하면서 예산낭비를 막는 역할을 했다. 2016년에는 특성화고 졸업자를 채용하면서 직무에 관련 없는 기술수당을 지급하려는 부대에 제동을 걸었다. 유급휴직에 들어간 노동자에게 규정을 어겨 연차수당을 또 지급하려는 것을 막았고, 과다하게 지급한 성과급이나 명절 상여금을 줄이려다 관리자들과 갈등을 빚었다. 한 군 관계자는 “군 지휘관들이 부대의 예산이나 규정을 마음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잦은데 일부 공무직 노동자들이 제동을 걸다가 갈등을 빚고 그만두는 사례가 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자운대지원단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부대 운영을 책임진 강 대령 역시 계룡대지원단을 통해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하며 입을 닫았다. 소송을 담당한 관계자는 “중노위 결정을 존중해 추가 소송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만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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