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덕 노사공포럼 노사문화위원장(전 한국노동연구원장)

고용관계의 체계적 분석을 위한 이론서에 목말라 하는 차에 보기 드문 역저가 발간됐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가 저술한 <고급 고용관계이론>이다. 김동원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대학에서 오랫동안 고용관계를 연구하고 강의해 왔을 뿐만 아니라 노사에 활발한 자문 등을 통해 현실의 고용관계에 깊은 통찰력을 지니고 있는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학자다. 또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과 세계 각국의 관련 학회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고용관계 연구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된 <고급 고용관계이론>은 이론 위주의 책이지만 단순한 이론서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 김 교수의 오랜 고용관계 연구와 다양한 활동을 통한 경륜이 녹아 있어 복잡한 현실 세계를 분석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데에 대단히 유용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지금은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겹쳐 디지털 언택트화가 가속되고 있고, 이로 인해 고용관계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합리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여서 이 책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

고용관계 이론(employment relations) 혹은 노사관계 이론(industrial relations theory)은 미국의 대학원 노사관계 전공 학과에서 강의하는 필수과목이고, 서구 사회의 경우 책으로 묶어서 출판되는 경우가 흔히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발간되는 대학원 수준의 이론서다.

우리나라에는 그동안 고용관계의 기본적인 개념을 정리하고 소개하는 학부 수준의 교과서만 있어서 조금 더 깊이 있는 이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은 곤란을 겪었다. 이 책은 일차적으로 노사관계·인사관리·노동경제·노동법·산업사회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에게 고용관계에 관한 고급이론을 전달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훨씬 더 광범한 독자에게 꼭 필요한 책으로 보인다. 고용관계에 관한 깊이 있는 이론을 습득하기를 희망하는 연구기관의 연구자, 정부의 정책입안자, 기업의 노무관리 담당자, 노동조합의 간부 모두에게 정책의 큰 방향성을 정립하고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는 데에 대단히 유익한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은 10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 일과 고용관계의 역사와 주요 국가별 고용관계 연구의 흐름을 분석하고, 2장에서 다양한 사상을 배경으로 하는 고용관계의 주요 이론을 살펴본다. 3~5장에서 고용관계의 주체인 노동조합과 노동이해 대변자·사용자·정부의 역할과 행위를 분석하고, 6장에서 노사관계 주체의 핵심적 상호작용인 노사협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7장에서 노사갈등, 갈등조정 및 고충처리에 관한 이론과 실제를 다루고, 8장에서 노사관계 주체의 또 다른 상호작용 행위인 노사협력·경영참가·고성과조직과 관련해 다양한 모형과 이론적 틀을 분석하고, 9장에서 국제비교고용관계와 관련한 이론과 최근 동향을 다룸으로써 글로벌 시각을 고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10장은 학문으로서의 고용관계론의 미래를 내다보고 연구의 새로운 방향에 대한 제언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노사 모두 정당한 존재가치를 가지고 공존한다는 주류의 다원주의 시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렇지만 마르크시즘·신자유주의의 주장도 폭넓게 소개하는 등 고용관계의 이론들을 두루 망라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근본적인 사상들에 대한 논의부터 가장 최근의 실증연구 결과까지 심도 있게 소개한 점이 큰 장점이다.

이번에 발간된 초판은 300쪽 정도인데 저자는 향후에도 2~3년에 한 번씩 개정 보완해 500쪽 정도의 두꺼운 이론서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어 머지않아 세계 최고 수준의 고용관계 이론서로 발전할 것이다. 이 책이 우리나라 고용관계 연구는 물론 고용관계 그 자체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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