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9다14110 등 판결


1. 사건과 쟁점

기아자동차 통상임금사건은 그 규모와 경과·쟁점 등에서 높은 관심을 끌어 왔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조합원 약 2만8천명이 원고로 참여해서 2011년 10월 법원에 소를 제기하면서는 하기휴가비·체력단련비 같은 이른바 복리후생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법정수당을 포함한 추가 임금을 청구했다. 상여금까지도 통상임금 해당성을 검토했지만, 당시 법원은 재직 중인 모든 근로자에 지급하는 복리후생비와 달리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는 판결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승소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거액의 인지대 등 소송비용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다만 소장을 작성하면서 “… 등 미지급임금을 청구”한다는 것을 기술해서 향후 청구취지 변경신청을 통한 ‘여지’를 남겨 놓았다. 그 뒤 2012년 금아리무진 사건에서 대법원이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결을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부가 갑을오토텍사 건에서 공개변론을 진행하고서 2013년 12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재직근로자에 한해 지급하는 복리후생비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통상임금에 관한 판례 법리를 정리해 판결을 선고했다.

졸지에 소제기를 했던 임금항목은 통상임금이 아닌 것이 되고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돼 버린 것이다. 이른바 복리후생비를 제외하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주장해서 추가 임금청구를 하는 것으로 청구취지 변경신청을 하게 됐다. 이 때문에 피고 사측은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3년이라며 청구취지 변경신청한 시점부터 3년 전까지의 임금청구만 시효가 중단된다고 주장하고 나왔다. 그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2011년까지 임금채권은 시효로 소멸돼 원고들의 청구를 법원에서 인정받기 어렵게 된다. 1심부터 피고는 집요하게 이를 주장했고, 대법원에 상고한 뒤에는 주요 상고이유로 내세웠다. 이와같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청구취지 변경신청을 함에 따라 피고는 설·추석 상여금을 포함해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외에 원고들의 청구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판시한 신의칙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피고의 주요 상고이유였다.

2011년 소제기를 할 때까지 기아차 협약 등에서는 주 5일제의 토요일을 휴무하는 날로 정하고 휴일이라고는 정하고 있지 않았지만(2012년 협약 개정을 통해 휴일로 정함), 그 근로시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 와, 이를 휴일로 보고 휴일근로수당을 청구했다. 2003년 주 40시간제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 직후 고용노동부는 휴일로 정하지 아니한 휴무일의 경우 휴일이 아니라며 휴일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고 행정해석했던 터라, 피고는 추가 휴일근로수당 청구는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이는 피고의 상고이유가 됐다. 기아차 생산직의 경우 오전·오후·야간에 각 10분 내지 15분을 휴게시간으로 정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 휴게시간이 문제가 된 것은 피고가 원고들이 청구한 연장근로수당에서 이 시간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였다. 이를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이라고 보게 되면, 이를 근로시간에서 제외해야 하고 이에 따라 청구한 연장근로수당이 감액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피고 주장에 대해 나는 “기아차에서는 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해 왔고, 10분 내지 15분은 화장실 등 생리현상 해결 정도에 불과한 시간이며, 다음 근로를 위한 준비시간 내지 대기시간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원심은 피고 주장을 받아주지 않아 피고는 대법원에서 이를 상고이유로 내세웠다.

2. 판결

피고가 상여금 중 설·추석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상고이유에서 주장하고,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법리적으로 기존 대법원 판례 법리를 확인한 것일 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는 피고 상고이유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 이 역시 당시 기아차 경영상태 등을 볼 때 당연한 것이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청구취지 변경신청한 때로부터 시효 중단의 효력이 발생해야 한다는 피고 상고이유에 대해 대법원은 “소제기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 효과는 통상임금 재산정을 전제로 한 미지급 법정수당 전부에 미친다”며 피고 사측의 상고이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로써 2011년 소제기 3년 전인 2008년부터 미지급임금 청구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구체적으로 판시 내용을 보면, “근로자가 소제기 당시 통상임금이 잘못 산정됐음을 전제로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해야 하는 법정수당의 일부를 청구하면서 장차 청구금액을 확장할 뜻을 표시했고, 이후 소송의 진행 경과에 따라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급여 항목을 변경 또는 추가해 법정수당 청구금액을 확장한 경우, 소제기 당시부터 청구한 법정수당 전부에 관해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시했다. 원심 판단과 같이 “최고서의 내용, 원고들의 소장 기재 내용과 청구취지 변경 경위, 이 사건 소송의 경과 등에 비춰 보면, 이 사건 소제기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 효과는 통상임금 재산정을 전제로 한 미지급 법정수당 전부에 미친다”고 봤다.

원고들의 휴일근로수당 청구에 대해 토요일은 휴일이 아닌 휴무일이라며 인정되지 않는다는 피고 상고이유에 관해 대법원은, 원심과 같이 휴무하는 토요일의 근로는 휴일근로로서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휴일로 정했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있는 휴일 관련 규정의 문언과 그러한 규정을 두게 된 경위, 해당 사업장과 동종 업계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율 체계와 관행, 근로제공이 이뤄진 경우 실제로 지급된 임금의 명목과 지급금액, 지급액의 산정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협약에서 휴일로 명시하기 전이라도 휴일에 해당해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휴일이 아닌 휴무하는 날로 정하고 있었더라도 실제로는 휴일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기아차 생산직의 근무시간 중 휴게시간(오전·오후 각 10분, 야간 15분)과 관련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이 아닌 휴게시간이라며 이를 근로시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피고 상고이유에 대해 대법원은 그 휴게시간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단체협약과 근로관리 규정은 그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소정근로시간(8시간) 근무한 것으로 처리한 점 △피고가 그 휴게시간 이용과 관계없이 1일 8시간 근무한 것으로 ‘정상’ 근태 처리하며 연장근로시간 등에서 이를 공제하지 않은 점 △노사 모두 그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유지해 온 점 △휴게시간이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거나, 피고의 사업장 내 안전보건 및 효율적 생산을 위해 작업중단 및 생산장비의 운행 중지, 정비 등에 필요한 시간으로도 볼 수 있는 점을 이유로 다음 근로를 위한 대기시간 또는 준비시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3. 평가

위와 같이 대법원은 여러 법적 쟁점에 대해 판시했고, 그 쟁점 모두가 임금 및 근로시간에 관한 노동자 권리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중 하나를 평가해 달라고 주문한다면 휴게시간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점을 주목해서 말하고 싶다. 우리의 노동현장에서 생산직의 경우 기아차와 같이 근무시간 중 10분·15분 정도를 휴게시간이라고 해서 운영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를 8시간의 소정근로시간에 포함해 처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많은 사업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법원이 그 휴게시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본 근거로 적시한 것을 보면, 해당 사업장 협약 등에서 그 휴게시간을 소정근로시간(8시간)에 포함해 처리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거나, 작업중단 및 생산장비의 운행 중지와 정비 등에 필요한 시간으로도 볼 수 있는 등 다음 근로를 위한 대기시간 또는 준비시간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다면 짧은 시간이라서 화장실 이용을 하는데 사용하고 그 시간에 설비 정비 등 다음 작업을 위한 준비를 하며 그 시간을 소정근로시간(8시간)에서 제외하지 않고 있다면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이 아닌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고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본다면, 우리 생산 현장에서 오전과 오후, 야간에 각 30분 이내에서 운영하는 휴게시간은 대부분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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