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올해 5월 고용노동부 한 지방관서에 직장내 괴롭힘·사용자의 조사 미진을 진정하고, 신고 이후의 불리한 처우를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

출석조사에 가 보니 불리한 처우 고소 부분은 진정 사건으로 접수돼 있었고 직장내 괴롭힘 여부는 노동청에서 판단하지 못한다며 이미 퇴사한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쪽이 재조사를 제의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불리한 처우 부분만 별도로 고소를 제기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불리한 처우를 가한 주체가 ‘사용자’가 아니라면 처벌이 불가하다고 하면서 불리한 처우와 괴롭힘 신고 간 인과관계 입증을 요구했다.

위 같은 쟁점은 어느 하나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우선 근로감독관은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한 경우 특별사법경찰관리로서 집무규칙(법무부령)에 따라 범죄사건부에 기재해야 한다. 이는 전화 또는 구두로 고소가 접수돼도 마찬가지다(근로감독관집무규정 34조). 그러므로 문서로 고소 취지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전체를 진정 사건으로 접수 처리한 점은 부당했다.

또한 당시 해당 노동청은 “불리한 처우가 입건 또는 처벌된 사례가 없어서” 진정으로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확인해 보니 직장내 괴롭힘 신고·피해 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와 관련해 해당 조항 시행 후 1년간 40건이 입건돼 5건이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실제 기소·유죄판결이 확정됐는지는 확인이 불가했다. 그러므로 해당 노동청의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

한편 노동청은 노동관계법령 집행기관으로서 직장내 괴롭힘 성립 여부를 판단할 의무가 있다. 만약 특정 사건의 직장내 괴롭힘이 성립하는지 판단하지 못한다면 이에 후속하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지체 없는 조사 의무, 보호조치 의무, 적절한 후속조치 의무 이행 여부를 감독할 수가 없다.

현재 노동청은 괴롭힘 성립 여부에 대해 사용자 의견을 묻는 공문을 발송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가 아예 모르고 있었거나 조사를 하지 않았을 경우는 필요할 수 있다. 그런데 사용자의 조사 미진 내지 고의 해태일 경우에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사용자가 고의적으로 관련 의무를 위반한 것이 확인되면 개선지도와 근로감독이 확실하게 이뤄져야 하고, 과태료 부과 같은 강력한 제재조항이 필요하다.

사용자가 ‘지체 없이’ 사실 확인 조사를 할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하지 않은 현행법도 문제다. 위 사건에서 해당 노동자는 사용자에게 신고한 지 약 6개월 만에, 계약기간 만료 3일을 앞두고 조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사용자쪽은 외부 법률자문 결과 직장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사를 사실상 해태했다. 괴롭힘 사건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증거 확보가 어려우므로 입법론적으로 최소한의 조사기간을 명시하거나 아예 조사 권한을 노동청 등에게 부여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사용자’가 불리한 처우 금지의 유일한 수범 대상일 수는 없다. 근로기준법상 폭행죄의 주체가 ‘사용자’라고 해서 말단 중간관리자가 배제될 수 없는 것과 동일하다. 더욱이 근로기준법 115조는 사업주의 대리인·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사업주에게 벌금형을 과한다고 규정한다. 위 조항이 직장내 괴롭힘 조항에 적용된 판례는 아직까지 없으나, 조문 구조가 같은 다른 법률의 양벌규정에 대해 대법원은 금지규정 주체인 신분범이 아닌 실제 행위자에 대해서도 해당 양벌규정에 근거해 처벌을 거듭 인정하고 있다[95도2870(건축법), 2008도7834(산업안전보건법), 82도2840(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등 다수]. 결국 불리한 처우의 가해자가 사용자성이 전혀 없더라도 처벌을 피한다고 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불리한 처우와 신고·피해 주장 간 인과관계 문제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상 유사 조항에 관한 판례(2016다202947)가 참고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적극적 요건으로서 인과관계 입증을 요구하거나 당연한 구성요건으로서 해석되는 것은 부당하다. 위 대법원 판례도 불리한 처우가 성희롱 문제제기와 무관하거나 별도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지, 마치 보복적 조치처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으로 절대 해석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현행 노동부 매뉴얼에도 ‘신고·피해 주장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한다고 명시된 점은 위 대법원 판례 취지가 다소 오도될 수 있으므로 수정될 필요가 있고, 입법론적으로 구성요건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직장내 괴롭힘이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지도 문제지만, 근로자가 어렵게 결심해 노동청에 신고한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불리한 처우 금지 조항 위반으로 실제 입건된 비율이 전체 3천738건 중 30건으로 0.16%에 불과하다. 노동부 지방관서별 전담 근로감독관 증원과 동시에 처리 기준에 대한 명확한 개선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