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의료정책을 둘러싼 의사와 정부 간 갈등이 봉합된 모양새다.

의사협회와 정부·여당이 지난 4일 집단휴진 중단에 합의했다. 의사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추진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할 때까지 논의를 중단하고,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미이행으로 고발한 전문의 6명에 대한 고발조치를 취하했다.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 합의에 강하게 반발하며 집단휴진을 계속할 뜻을 밝혔으나 의료현장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현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체행동을 유보하자는 입장을 밝혔고 그에 대한 불신임 안건 투표도 6일 부결됐다고 알려졌다.

갈등은 봉합된 것이지 해소되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이후로 시점이 미뤄진 것뿐이다. <매일노동뉴스>는 의사와 정부 간 갈등 쟁점을 되짚고 이후 전개될 방향을 전망해 봤다.

정부 “의사 절대수 부족, 도시 쏠림 해결해야”

정부가 제시했던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정책 목표는 부족한 의사 확충이다.

공공의대 설립은 의대 정원을 따로 늘리는 게 아니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국립중앙의료원과 전북지역 공공병원에서 수련시켜 공공의료인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3천58명이던 정원을 10년간 400명 더 늘려서 4천명을 더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400명 중 300명은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다. 50명은 감염내과·소아외과·역학조사관 등 특수전문 분야 의사로, 나머지 50명은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근무하는 의과학자로 육성하는 방안이다. 지역의사는 10여년간 의사 부족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할 계획이다. 10년 후에도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지역우수인재 위주로 선발하고, 지역가산수가를 줄 방침이었다.

정부안은 한국 의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도시·과목 쏠림현상이 크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한국은 외국에 비해 인구 1천명당 의사수가 적다.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인구 1천명당 의사수는 3.4명이다. 반면 한국은 2.3명으로 OECD 최하위다.

대도시와 지역 간 의사수 격차는 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서울은 인구 1천명당 3.1명이다. 반면에 경북은 1.4명, 충북은 1.5명, 세종은 0.9명이다. 이 때문에 치료를 받고도 사망할 확률인 사망비가 서울과 지역 간 2배 이상 차이 난다. 2015년에서 2017년 서울동남권과 강원영월권의 뇌혈관질환 사망비는 2.4배, 응급질환 사망비는 2.5배 차이가 났다.

특수전문 분야 의사도 적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감염내과 전문의나 역학조사관 등이 부족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9년 기준 한국 전문의 10만명 중 감염내과 전문의는 277명, 소아외과 전문의는 48명이다. 역학조사관은 23명이고 이중 질병관리본부 의사 역학조사관은 정원 13명을 채우지 못한 5명이다. 나머지 17명은 공중보건의다. 2017년 기준 바이오·메디컬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는 67명이다.

의협 “의사 늘리면 건강보험료 올라,
인구 감소해 의사 확충 필요 없어”


의사단체는 “의사는 부족하지 않으며 미래에는 의사 공급 과잉이 된다”고 주장한다. 의사 도시·과목 쏠림현상은 인정하지만 타국에 비해 심하지 않으며, 해결 방안이 잘못됐다고 본다.

의사 공급 과잉 근거는 의사 양성에 드는 시간과 미래 인구변화 추계다. 의대 정원 확대 효과는 10년 이후에 나타나는데, 10년 뒤 인구는 감소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2030년 5천29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한다.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아도 인구 1천명당 의사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는 말이다.

지역 의사 부족은 사실이지만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국은 2019년 기준 OECD 국가 중 인구 1천명당 도시와 지역 의사수 격차가 일본 다음으로 낮다. OECD 평균 격차는 1.5명이었으나 한국은 0.6명이었다.

의사단체는 정부안을 밀어붙이면 국민건강권이 침해된다고 본다. 의대 정원 증가로 건강보험료가 증가하고, 공공의대 설립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저하된다고 주장한다.

기존 의대에서 공공의료를 제공할 의사를 교육하고 있는데 공공의료를 제공할 의사를 더 공급하면 건강보험료가 올라간다는 주장이다.

의료서비스 질 저하는 공공의대 입학 선발 과정을 이유로 든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공공의대는 전문대학원이라 수능 점수가 필요하지 않다. 선발에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관여한다.

의사단체는 지역 의사 확충을 위해 일본 퇴직의사 제도를 활용하고, 역학조사관 부족의 경우는 공중보건의 제도를 활용하라고 주문한다. 진료과 쏠림 현장은 수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사 부족해 간호사가 불법 의료행위”
일부선 “개원의 증가가 인력부족 초래, 막아야” 


보건의료단체는 의사가 부족하고 지방 의사는 더욱 부족하다며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업무량을 기준으로 본다면 의사수는 부족하다. 한국 수련의들은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는 주 5일 40시간의 두 배를 일하고 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도 “젊은 의사들은 이미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 주당 80시간씩 근로기준법의 2배 이상을 일하고 있다”며 “살인적인 업무환경”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족한 일손은 진료보조(PA) 간호사들이 채운다. PA 간호사는 의사의 업무인 수술·시술·처방·검사·문서작성·주치의 당직·환자 상태 파악과 관리·연구보조 등을 하는 인력이다. 의사 업무를 간호사가 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지만 쏟아지는 업무에 대응하기 위해 PA 간호사들이 존재한다.

정현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2011년 ‘적정 의사 인력 및 전문 분야별 전공의 수습체계 연구’ 보고서에서 “의사수는 전체적으로 부족해지며 그 부족은 심화한다”고 밝혔다. 의사 생산성이 변하지 않고 의료 수요 평균증가율을 가정해 필요한 의사를 계산했다.

보건의료단체는 돈을 많이 줘도 지방으로 의사들이 오지 않기 때문에 의대 정원을 늘려 지방에 의사를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의사에게 최고연봉 5억3천만원, 평균연봉 3억1천400만원을 주는 한 지방의료원의 경우 호흡기내과·감염내과·심장내과·방사선과·신경외과 과장급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가 주요 지방의료원 18곳을 대상으로 한 의사인건비 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방의료원 의사 평균 연봉은 2억2천500만원으로 전국 봉직의 평균 연봉 1억5천600만원에 비해 높다.

전문가들은 의료 인력이 부족한데 대부분이 개원의로 빠져나가는 흐름을 깨야 한다고 주문한다. 가정의학 전문의이기도 한 김종명 정의당 건강정치위원회 위원장은 “의사들은 인턴과 레지던트, 전임의(펠로우)까지 거친 뒤 능력을 발휘하면 교수로, 안 되면 중소병원 봉직의가 되거나 개원을 한다”며 “수도권 일대의 개원의는 공급과잉이라 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부분 전공의들이 개원의 정서를 가지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며 “전체 의료인력은 부족한데 대부분 의사들이 개원의로 나가는 이런 흐름을 차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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