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일 555조8천억원에 이르는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고 3일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8.5%, 3차 추가경정예산보다 1.6% 늘어난 액수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역대 최대의 확장재정을 펴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예산안은 35조4천808억원으로 올해보다 4조9천669억원(16.3%) 늘었다.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충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일자리 관련 사업에 집중편성했다. 노동부 사업을 포함해 정부 전체 일자리사업 예산은 30조6천억원으로 올해(25조5천억원)보다 5조1천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 슈퍼예산으로 코로나19로 닥친 위기를 이겨 낼 수 있을까. 적재적소에 배치가 된 것일까. 노동계와 시민단체·진보정당 의견을 들어 봤다.

슈퍼예산, 적재적소 배치해야 결실 볼 수 있어
임은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 실장

▲ 임은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 실장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체 예산안 중 보건·복지·고용 관련 예산이 199조9천억원(36.0%)으로 가장 비중이 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실직 등 고용충격에 대비해 고용취약계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일자리 유지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속도감 있고 과감하게 집행돼야 한다.

노동부 예산안은 올해보다는 16.3%가 증가된 35조4천억원의 규모로 편성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을 고용안정사업으로 지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간접고용·하청협력업체·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같이 고용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이 고용유지지원금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 전에 지원규모와 기간을 늘려야만 제 기능을 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노사정이 우여곡절 끝에 도출한 ‘7·28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에서 정한 전 국민 고용보험 적용, 취업지원제도 확대, 직업상담원 인력 확층 등 고용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관련 예산이 적극 편성돼야 한다.

타 부처의 예산을 보면 경제회복과 소비활성화를 위해 1조3천억원을 투입해 지역사랑·온누리상품권 같은 소비쿠폰을 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코로나19 국면에서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 예산의 경우 일반회계세출이 55조5천억원으로 전년대비 8천211억원(1.5%) 증가하는 데 그쳐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에는 충분하지가 않아 보인다. 특히 공공의료 및 인력확대에 대한 예산히 상당히 미흡해 우려스럽다.

‘슈퍼예산’이라 불릴 만큼 막대한 국가재정이 적재적소에 필요 있게 배치돼야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위기 극복과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 위한 변화 필요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

▲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

정부가 2021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020년 대비 43조5천원이 증가한 555조8천원으로 ‘코로나 극복, 선도국가’를 위해 슈퍼예산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정부의 예산편성 추이와 비교할 때 2021년 예산안이 엄청난 증액을 한 것도 아니다. 2019년 대비 2020년 증감액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마치 법인세 부진으로 인한 세수감소와 국가채무의 비중이 증가하는 어려움 속에서 큰 결단을 한 것처럼 밝히고 있다.

또한 ‘바이러스는 평등하지만,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모순, 부족한 사회안전망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생존 위기로 내몰린 노동자·서민·영세업자를 위한 대대적인 지원예산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정부예산안이 그대로 집행된다면 노동자·서민·영세업자의 삶은 더욱 악화하고, 대기업과 자본은 ‘한국판 뉴딜’을 통해 더욱더 살찔 것이 자명하다. 백신이 개발돼 코로나19를 치료하더라도, 더욱더 심각해진 불평등·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재난은 치료되지 않은 채 우리 사회를 계속해서 좀먹을 것이다.

정부가 밝힌 ‘혁신적 포용국가’ ‘코로나 극복, 선도국가’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재정 건정성’이 아닌 사회안전망 확충과 절벽 앞에 놓인 노동자·서민·영세업자를 위한 대대적인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기존의 조세·재정 및 경제정책 전반의 변화를 통해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하고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덧붙여 정부는 ‘고통분담’이라는 명목으로 최일선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외면하지 말고 정당한 보상과 대우를 해 주기를 바란다.

코로나19 위기상황, 극복할 수 있는 예산안인가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정부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부양을 위해 2021년 예산안을 적자로 편성하고, 국가채무 비율을 40%대 중반까지 확대하는 확장재정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안은 ‘한국판 뉴딜’ 정책에 기반한 것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한 555조8천억원이 편성됐다. 그러나 정부의 ‘한국판 뉴딜’은 ‘뉴딜’이 의미하는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기조가 없고, 사회보장과 고용정책이 미온적이라는 점 등이 지적된 바 있다. 그럼에도 정책 내용 개선 없이 예산을 편성한 것은 아쉽다.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폐지, 국민취업지원제도, 고용보험 대상 확대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올해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을 반영한 예산일 뿐이다. 또한 긴급복지지원제도, 아동돌봄시간 및 지원 등의 예산 확대 방향은 맞지만 그 수준이 미미해 수혜자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공공의료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공공의료와 공공의료 인력확대 예산은 찔끔 늘리는 데 그쳤고, 신축 예산은 아예 배정하지 않았다.

2019년 기준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은 프랑스 32.2%, 스웨덴 26.8%다. 미국이 24.6%, 일본이 22.4%인 반면 우리나라는 1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안전망 강화가 더욱 강조되는 시점에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고용위기를 넘길 수 있는 예산을 확대해야 하는 마땅한 이유다.

이번 위기는 빠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그 대응은 극명하게 드러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고 사회 전방위적으로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정부 정책기조와 방향은 위기 극복을 위해 보다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사회안전망 강화·불평등 해소 위해 과감한 재정 준비해야
강은미 정의당 의원

▲ 강은미 정의당 의원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과 이에 따른 고용형태의 다양화, 그리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우리 사회 위기는 사회안전망 한계와 여러 분야의 불평등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내년도 국가 예산정책은 사회안전망 강화와 불평등 해소에 역점을 둬야 한다. 이를 위한 과감한 재정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 고용노동부 예산으로 전년 대비 16.3% 증액된 35조4천808억원을 편성했다. 이 중 일반·특별회계는 전년 대비 3.2%만 증가했고, 고용보험기금 지출규모는 전년 대비 20.5%가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정부의 일반회계 재정 투입은 턱없이 부족하고 기금의 재정수지 악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 된다.

전 국민 고용안전망 구축을 위해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처음 시작하고, 특수고용 노동자 중 예술인 사회보험료 예산을 반영했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양한 고용구조에 놓여 일하고 있는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자영업자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고용안전망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필요할 때마다 급하게 긴급고용안정지원금·긴급재난지원금을 투입하는 구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올해 2조2천억원 대비 1조2천억원 낮게 책정한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위기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의 어려움이 예측된 상황에서 이 같은 예산 편성은 현실적이지 않다. 고용위기에 대한 고통 분담이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도 놔두면 안 된다. 고용위기 업종이라지만 하청노동자들은 정리해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이들의 고용을 지킬 정책을 만들고 필요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추락·화재·폭발 같은 주요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 3천774억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이 정도로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을까. 산업재해로 숨지는 노동자는 연간 2천명이 넘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예산은 전체 정부 예산 556조원의 0.07%도 되지 않는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산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건설업을 포함한 업종과 소규모 사업장에 필요한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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