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의사협회(SMA) 사이트

특권층인 한국 의사들의 ‘파업(strike)’이 장기화하면서 국민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노동자가 파업을 하려면 전체 조합원이 참여한 투표를 거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의사들이 파업을 하는 데는 집행부나 대의원 결정이면 충분하다. 헌법에 파업권이 보장된 노동자는 파업권을 행사하기 어렵고, 헌법에 파업권이 없는 의사는 파업권을 자유롭게 행사한다. 노동자 파업에는 거품을 물던 우익세력은 의사의 파업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반정부 정치파업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정치파업은 물론 정부 정책에 대한 파업도 불법으로 간주된다. 더욱 심한 것은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같은 회사 차원의 구조조정 반대 파업도 불법으로 처벌받을 때가 많다. 의사들은 이 모든 제약 없이 자유롭게 파업을 하고 있다.

의사 파업을 보면서 외국인 의사를 수입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외국인 노동자도 수입하는데 외국인 의사를 수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외국 인력 수입으로 노동시장 최하층에 저임금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면, 똑같은 방식으로 노동시장 최상층의 높은 임금을 끌어내릴 수 있다. 한국에서 의사(봉직의) 연봉은 노동자 평균임금의 4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고 수준이다.

언어 문제로 외국인 의사 수입이 어렵다면, 북한 의사를 수입하는 것은 어떨까. 남한 의사에게 주는 수입의 절반만 보장해도 남한으로 이주하려는 북한 의사들이 상당할 것이다. 특히 의료 서비스가 취약한 지방 농촌지역에 이들을 배치한다면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쿠바 의사들을 대거 수입해 의료 취약지역에 배치한 브라질의 노동자당(PT) 정권 때 이미 시도된 바 있다.

스웨덴의사협회(Swedish Medical Association)는 한국과 달리 노동조합(a trade union)이다. 스웨덴 의사의 80%가 조직돼 있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 스웨덴의사협회 영어 홈페이지를 보면 스웨덴으로 이주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외국인 의사들을 위한 정보가 친절하게 담겨 있다. 물론 유럽연합(EU) 회원국 출신 의사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이 스웨덴에서 의사 면허를 얻기 위해 어떤 훈련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를 소개한다. 이를 위해서 스웨덴 말과 법에 대한 이해와 학습이 중요하다는 점도 잊지 않는다.

스웨덴 국민은 보건의료서비스법에 따라 누구나 평등한 의료서비스 접근권을 누린다. 스웨덴 보건의료 서비스 재정은 주로 세금에서 나온다. 당연히 공공부문 비율이 절대적이고 민간부문 비율은 대단히 낮다. 스웨덴의 보건의료 서비스는 중앙정부, 21개 광역정부, 290개 기초정부라는 3단계로 이뤄진다. 중앙정부는 법과 정책으로 원칙과 기준을 정한다. 광역정부는 의료 자원 배분 등 의료서비스 전달을 실질적으로 책임진다. 기초정부는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장기 요양을 맡는다. 가장 중요한 1차 의료는 1천200개 보건소(healthcare centers)에서 이뤄진다. 보건소 의사들의 월급은 80~90%가 고정급이고, 방문 환자 수와 성과에 따라 나머지 10~20%를 채운다.

스웨덴의사협회 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단체협약은 봉급 정책·연금·고용 조건·휴일·병가·육아 휴가 등을 다룬다. 단체교섭 상대방은 의사협회에 속한 의사들을 주로 고용하고 있는 지방정부협회와 민간의료협회다. 단체협약에서 정하는 것을 봉급이 아니라 봉급 정책(salary policies)이라 한 이유는 봉급 액수 결정은 개별 의사와 개별 사용자 사이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노조인 의사협회와 사용자단체인 지방정부협회·민간의료협회는 개인 봉급 결정을 위한 비교 자료를 제공하는 등 자문과 지원 역할을 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구 1천명당 의사(physician) 수는 스웨덴이 4.0명(2016년), 남한 2.4명(2017년), 북한 3.7명(2017년)이다. 다른 나라를 살펴보면 인도네시아 0.4명(2018년), 태국 0.8명(2018년), 인도 0.9명(2018년), 중국 2.0명(2017년), 일본 2.4명(2016년), 미국 2.6명(2017년), 영국 2.8명(2018년), 프랑스 3.3명(2018년), 호주 3.7명(2017년), 핀란드 3.8명(2016년), 덴마크 4.0명(2016년), 독일 4.2명(2017년), 이스라엘 4.6명(2018년), 오스트리아 5.2명(2017년) 등이다. OECD 평균은 2.9명(2017년), 세계 평균은 1.6명(2017년)이다.

열흘 넘게 파업을 하고 있는 전공의들은 주 80시간 근무 등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이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의사를 늘리는 외에 무슨 대안이 있을까. 격무에 시달린다고 힘들어 하는 판·검사나 변호사들도 판·검사와 변호사를 늘리자는 데는 반대한다. 국민의 편익과 생명은 오간 데 없고 노동시장 독점을 통한 특권 유지가 목적인 것이다. 민주주의가 약화하면 이들의 목소리는 커진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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