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20. 7. 29. 선고 2017도2478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1. 사건의 개요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A와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미조직비정규부장 B는 유성기업 영동공장 안에 들어가 유성기업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 증거수집을 위해 약 30~40분 동안 이른바 현장순회 활동(공장 내부를 돌아다니며 작업 환경과 시설 및 설비의 상태 등을 확인)을 했고, 이와 관련한 교육을 금속노조 유성영동지회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① A·B 모두 유성기업과 근로관계를 맺지 않았다.

② 유성기업에는 기업노조와 금속노조 지회가 있었는데, 이 사건 당시는 기업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서 맺은 단체협약이 있었고 그중에는 “회사는 기업노조의 적법한 쟁의행위 중 조합원에 대한 출입을 제한하지 않는다. 단 조합원이라 함은 회사 사원을 말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1심 재판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기업노조는 그 설립 및 운영에 있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자주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노조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그 설립은 무효”라고 판시한 상황이었다.

③ 유성기업은 기업노조의 위 단체협약을 근거로 A·B의 공장 출입을 막았고 A·B는 이를 무시하고 유성기업 영동공장 안으로 들어가 위와 같은 현장순회 등의 활동을 하였다.

④ 유성기업은 A·B가 유성기업 소속이 아님에도 승낙 없이 기업노조 단체협약에 반해 영동공장에 무단출입했다는 이유로 A·B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죄로 고소했고 검찰 또한 동일한 취지로 A·B를 기소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가. 1심 판결(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2016. 8. 12. 선고 2015고단231 판결)

1심 판결은 아래와 같은 근거로 A·B의 공장 출입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 수단이나 방법, 보호 이익과 침해이익, 경위 등에 비춰 형법 20조에서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없는 행위라고 봤다.

① 서울중앙지법의 판결과 같이 기업노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4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그 설립이 무효이고, 기업노조가 유성기업과 맺은 단체협약 또한 당사자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이므로 위 단체협약을 내세워 A·B의 영동공장 출입이 제한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② 오히려 금속노조가 유성기업과 맺은 단체협약이 유효하게 적용되는데, 위 단체협약 관련 규정은 “회사는 금속노조 지회의 쟁의행위 중 조합원과 상급단체의 간부에 대한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다”라고 정하고 있어 유성기업은 금속노조 지회가 쟁의행위 중이었던 이 사건 당시 A·B의 회사 출입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었다.

③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A·B가 공장에 들어간 목적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 증거수집과 금속노조 조합원 교육이다. 이는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④ 이 사건 발생 전에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소속 간부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 증거수집 등을 위해 영동공장에 방문해 관리자의 별다른 제지 없이 현장순회를 했다. 유효하게 적용되는 금속노조 단체협약상 유성기업이 A·B의 회사 출입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

⑤ A·B는 이 사건 당시 공장 내부를 돌아다니며 공장 시설이나 설비를 직접 작동시키지는 않은 채 단지 그 상태를 눈으로 살펴본 것이고 공장에 머문 시간도 30분 또는 40분 정도에 그쳤다.

⑥ A·B는 관리자들의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다툼이 일어났으나 A·B가 관리자들을 폭행, 협박하거나 강제적인 물리력을 행사하지는 않았고 근무 중인 근로자들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소란을 피운 사실은 없다.

나. 2심 판결(청주지방법원 2017. 1. 26. 선고 2016노1005 판결)

2심 판결은 1심 판결 중 금속노조를 산업별 노조가 아닌 산업별 연합단체로 설시한 부분을 수정하는 외에 1심 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다. 대상판결(대법원 2020. 7. 29. 선고 2017도2478 판결)

대상판결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의 시기·수단·방법 등에 관한 요건은 조합활동과 사용자의 노무지휘권·시설관리권 등이 충돌할 경우에 그 정당성을 어떠한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 하는 문제이므로, 위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조합활동의 필요성과 긴급성, 조합활동으로 행해진 개별 행위의 경위와 구체적 태양, 사용자의 노무지휘권·시설관리권 등의 침해 여부와 정도, 그밖에 근로관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충돌되는 가치를 객관적으로 비교·형량해 실질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1995. 2. 17. 선고 94다44422 판결 등)”고 전제했다. 이어 원심이 1심 판결의 이유를 인용하며, 피고인들의 조합활동으로 말미암아 기업운영이나 업무수행·시설관리 등에 실질적으로 지장이 초래됐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정당행위로 봐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산업별 노조 조합활동의 정당성, 형법 29조의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를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산별노조는 노조법상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당사자이고 그밖에 노동조합의 운영과 관련한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이다. 산별노조 또한 노동 3권의 주체이기 때문에 산별노조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이나 단결의 유지·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조합활동을 사업장 내에서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산별노조 간부와 조합원도 산하 사업장에 출입하고 시설물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

우리나라 법원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 금속노조 대구지부장이 산하 지회 사업장에 방문해 정당한 노조활동 범위 내에 있는 지회의 천막농성·집회를 주도한 사안에 대해 “대구지부장은 노조활동을 위해 그 이전부터 회사를 출입해 왔고, 사건 당일 회사로부터 출입을 거부당하거나 제지당한 사실이 없고, 천막을 치고 집회를 개최한 것이 특별히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기에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는 등(대구지방법원 2015. 5. 14. 선고 2014노1488 판결<각주1>) 산별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의 사업장 내 활동이 정당한 노조활동으로 평가된다면 이를 위해 해당 사업장에 출입하는 행위 또한 정당한 행위로 봤고 대상판결 또한 이를 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유성기업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서만 출입 제한을 하지 않는 기업노조의 단체협약이 유효하게 적용되는 상황이었다면 다른 결론이 나왔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대법원은 “산업별 노동조합 조합원의 출입 방식이나 절차를 정한 노사 간의 합의 위반 여부”를 산별노조 간부나 조합원들의 사업장 출입 행위의 정당성 판단 요소 중 하나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5도6173 판결). 21대 국회에 제출된 노조법 개정안에도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과 관련해 사업장 출입 및 시설 사용에 관한 내부 규칙 또는 노사 합의된 절차를 준수하도록 정했다.

하지만, 산별노조 간부나 조합원들의 행위 자체가 기업운영이나 업무수행·시설관리 등에 실질적으로 지장이 초래되지 않는 정당한 노조활동에 해당하는 한, 산별노조 간부나 조합원들의 회사 출입에 회사의 내부 규칙과 단체협약의 제한을 중첩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 회사의 자의적인 제한과 다수노조의 횡포에 의해 산별노조 간부나 조합원들의 회사 출입이 부당하게 제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은 한 발 더 나아가야 하고 위 노조법 개정안은 폐기돼야 마땅하다.


각주
1) 대법원 2015. 12. 24. 선고 2015도8306 판결로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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