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전국민주동지회는 노동자가 전 직원에게 보낸 사내메일을 회사가 삭제한 것은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구현모 KT사장 등을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지난 7월27일 서울 광화문 KT본사 앞에서 KT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자료사진 이재 기자>
노동자가 사내메일을 활용해 전 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사용자쪽이 삭제한 사건이 검찰로 간다.

KT전국민주동지회는 최근 장아무개 과장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발송한 사내메일을 KT가 무단으로 삭제했다며 구현모 사장을 비롯한 6명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과 형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고 31일 밝혔다.

민주동지회에 따르면 장 과장은 지난 6월11일부터 5차례에 걸쳐 KT의 노조선거 개입 근절을 주장하는 내용의 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냈다.

장 과장은 메일에서 “(노조)선거철이 되면 결과를 갖고 줄을 세우고 결과를 인사에 반영하는 건 KT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올해 말 치러질 선거에서 회사의 이런 작태가 되풀이된다면 이젠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고 KT에서 적폐를 뿌리 뽑는 계기로 만들자”고 적었다. 이 밖에도 장 과장은 노조총괄 담당으로 근무한 임원급 인사에 대한 인사 조처를 구 사장에게 촉구했다.

KT는 7월9일 장 과장이 전 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삭제했다. <매일노동뉴스> 취재 과정에서 KT쪽은 “장 과장이 전 직원 전체메일을 보낼 권한이 없고, 절차에 따라 허가를 받지도 않았기 때문에 메일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실제 KT의 메일 관련 규정에는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낼 때 부서장 등의 허가를 받도록 적시돼 있다. KT쪽은 전산상 조처는 ‘회수’에 해당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선 ‘삭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서 올해 1월에는 삼성전자가 노동자에게 노조 가입을 독려하는 삼성전자노조의 메일을 삭제해 논란이 됐다. 당시 삼성전자쪽도 “업무 외적 용도로 사내메일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한 사규를 위반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일 삭제가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부당한 행위라는 비판이 거셌지만 이후 삼성전자가 메일 삭제를 중단하면서 소송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민주동지회는 메일 삭제가 현행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사내메일은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한 정보통신체계로, 이를 훼손할 경우 49조(비밀 등의 보호)를 위반한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망법은 위반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동지회는 메일 삭제는 타인의 재물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을 손괴하거나 은닉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336조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KT쪽은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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